한국, 동북아균형자 역량 갖췄나…GDP 일본의 7분의 1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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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과연 우리나라가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국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모아진다.

국력이 뒷받침돼야 주변국들을 상대로 제3자의 입장에서 균형 잡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국가 간 갈등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충분한 국력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현재의 한국은 100년 전 구한말과는 달리 할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정도의 국력을 갖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도 20일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데다 외교력도 상당히 신장돼 있다. 국제사회에서 의제를 설정해 끌고 갈 수 있는 역량도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인구, 국토면적, 국내총생산(GDP), 교역 규모, 국방비 등 국력의 여러 잣대를 살펴보면 한국의 객관적인 국력은 동북아 관련국인 미국 일본 중국에 비해 여전히 크게 미약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도 잘 알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최근 사석에서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던 1941년 당시 미국과 일본의 GDP 격차가 8 대 1쯤 됐는데, 처참하게 깨졌다. 지금 우리와 일본의 국력 차가 당시 미일의 국력 차와 비슷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토로한 일이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국력 지표가 균형자 역할의 절대적 요소는 아니라며 소프트 파워(연성 국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프트 파워의 핵심인 외교력과 국제적 발언권에서도 한국이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적 발언권의 토대가 되는 유엔분담금과 해외 공공개발원조(ODA)의 경우 한국의 기여도는 민망할 정도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분담금을 1억 달러 이상 체납하고 있어 국제 신인도 향상과 국제기구 요직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OD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꼴찌 수준이다.

지난주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외교부 당국자에게 미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가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가 과도하게 자신의 힘을 설정하는 바람에 수난을 당했던 일을 예로 들며 “외교정책은 국력에 걸맞아야 한다”고 말한 점은 한국의 객관적 국력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정부는 현실적인 국가 역량과 동떨어진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경제 국방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국력을 키우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미일중 국력 비교

국토 면적교역규모(수출+수입)유엔분담금공공개발원조(ODA)
미국962만9090km²(3)2조296억5400만 달러(1)3억6285만 달러(1)189억9900만 달러
일본37만7890km²(61)8548억9300만 달러(3)2억7956만 달러(2)88억5900만 달러
중국959만8050km²(4)8512억1000만 달러(4)2948만 달러(9)정확한 자료 공개 안 함
한국9만9373km²(109)3726억4400만 달러(12)2579만 달러(11)4억300만 달러
기준연도,출처2002년, 유엔식량농업기구2003년, 세계무역기구2004년, 유엔2003년, 경제협력개발기구
()는 세계 순위.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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