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력가행세 40대 교포, 벤처社에 11억 사기… 4년간 이중생활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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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해외 유명 펀드회사의 아시아지역 총책임자’로 신분을 속이고 수십억 원을 가로챈 40대 재미교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외자유치를 돕겠다며 국내 벤처기업 G사 대표 이모(35) 씨에게서 1억5000만 원을 받아 챙기는 등 모두 6명에게서 11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이모(46) 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1994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이 씨는 여권 위조 등으로 미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뒤 1998년 귀국했다. 귀국 후에도 사기 및 유가증권 위조 등으로 처벌을 받은 전과 5범의 이 씨는 지난해 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의 외국인 전용동에 사무실을 차리면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가 꾸며낸 직책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유명 펀드회사인 N 파이낸셜의 아시아 총책임자. 그는 직원을 공개 채용할 정도로 대담했다. 직원 중 11명이 국내 유명대학의 대학원 출신이었다.

이 씨는 고급 외제차를 굴리며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제주도 등에 레저단지를 짓는 각종 개발계획안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도했다. 그가 추진한 프로젝트만 20개가 넘었다.

그는 미국의 한 은행에서 발행한 1억5000만 달러(약 1500억 원)짜리 잔액증명서를 내보이며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줬지만 이 역시 위조한 것이다.

그는 5년 전부터 참석한 한 고급 사교클럽에서 만난 사립대 교수와 지난달 7일 결혼하고 서초구 서초동의 한 대형 아파트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교수는 이 씨가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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