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염홍철 시장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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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옮기는 사람을 보면 늘 표정이 비장하다. 빼놓지 않고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입에 올린다. ‘고뇌에 찬 결단’이라나, 뭐라나. 우리 정치사에서 녹화필름처럼 봐온 풍경이다. 그제 염홍철 대전시장의 열린우리당 입당 모습도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는 그 어떤 명제보다도 우선”이라고 입당의 변을 밝혔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무척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기분”이라고 화답했다.

▷염 시장이 ‘한나라당에서 여당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아무리 씹어 봐도 ‘행정도시를 이용해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충청권 정서는 한나라당에 부정적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되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 간판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당적을 변경하는 것은 그동안의 정치행위의 명분과 논거를 뒤엎는 자기부정이다. 또 개인이 아니라 소속정당을 보고 지지한 유권자를 배신하는 일이다.

▷염 시장은 정치권의 ‘2005년판 철새’로 자신을 등록했다. 야당은 “충절의 고장 충청도가 철새도래지로 변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옛 여권(與圈)과 한나라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맞겠느냐” “열린우리당이 여당 간판이 필요해서 넘어온 정치 철새의 놀이터냐”는 소리가 나온다.

▷염 시장은 교수시절 종속이론을 가르친 사람이다. 그는 선진국 등 중심부 국가와 개발도상국 등 주변부 국가 간의 종속·피종속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제3세계와 종속이론’ ‘종속과 발전의 정치경제학’ 등의 저서도 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양지(陽地)만 찾아다니는 사람은 구태(舊態)정치에 종속된 ‘주변부 정치인’이라 할 것이다. 그나저나 선거가 눈앞에 어른거릴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철새 정치인을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는지….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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