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 해외효도여행…천하절경서 은빛 신혼여행

  • 입력 2005년 4월 21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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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동에 사는 주부 임영자(62) 씨는 최근 몇 년간 자식들 덕분에 남편과 함께 해외 효도여행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이국의 풍경과 새로운 경험이 즐거웠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싱가포르에 갔을 때의 일. 임 씨의 친구는 자동차의 진행 방향이 한국과 반대라는 사실을 잊은 채 오른쪽에서 택시를 타려다가 다른 택시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뉴질랜드 여행 때는 일행인 70대 노부부가 호주를 경유해 귀국하는 길에 먹다 남은 사과를 무심코 가방에 넣었다가 시드니 공항의 경찰견에게 가방을 갈기갈기 찢기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과일이나 날 음식은 반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와우효도관광 효도여행

태국에서는 가이드의 권유로 곰 쓸개를 100만 원에 샀다. 그러나 국내 한의원에서 감정해보니 가짜였다.

어버이날 등을 맞아 효도여행 계획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함께 가는 게 최선이지만 일정상 부모님만 가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상황에 따라서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따지고 챙겨야 할 사항들을 간추렸다.》

○ 어디로 보내드릴까

65세 이상 노인들에겐 8시간 이상의 비행이나 5시간 이상의 시차는 부담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13∼15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호주 뉴질랜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체력을 지녔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70대 이상이면 비행시간이 1∼5시간인 동남아와 일본 중국이 무난하며 해외 여행이 처음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노인들은 고급 휴양지보다 80% 이상 관광 일정이 잡혀 있는 상품이 낫다. 말도 안 통하는데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레포츠를 즐기는 여행은 노인들에게 고역일 뿐이다.

‘효도여행’사의 서정민 대리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는 부모님이 어떤 스타일인가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다 조용히 쉬는 것을 좋아하면 일본의 온천이 안성맞춤이다.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면 태국 방콕 등이 좋다. 아름다운 경치를 원한다면 중국 장자제(張家界)나 베트남 하롱베이, 더 멀리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좋다. 최근 직항 노선이 다시 생긴 대만도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 일정을 꼼꼼하게 살피자

이동 중 비행기 안에서 자는 기내박이 많으면 불편하다. 팁이나 옵션도 여행 경비에 포함돼 있는 게 좋다.

쇼핑에서 바가지를 쓰는 게 우려되지만, 쇼핑이 포함되지 않은 패키지는 없다. 일정표에 쇼핑 횟수를 제한해 놓거나 ‘한약방 등은 안 간다’고 명시해 놓은 여행사를 선택하면 좋다.

호텔 등급을 비롯해 식사가 현지식과 한식이 적절히 섞여 있는지도 점검하고, 기내 언어 소통에 불편함이 없도록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는지도 알아보자.

‘와우 효도관광’ 이승훈 대리는 “해외여행이 처음인 부모님이 불편해 하는 것은 관광 자체보다 비행기를 타거나 짐을 부치고 찾고 호텔을 이용하는 일”이라며 “인솔자가 따라가는 패키지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호텔의 미니 바는 유료지만 욕실용품은 사용해도 된다거나 카드 키를 이용하는 법 등 시시콜콜한 일도 부모님에게는 여러 번 알려드려야 한다. 효도여행의 성수기는 여느 여행과 달리 3∼5월과 8∼10월이며 가격은 일반 패키지보다 10만∼25만 원 비싼 편이다. 그러나 효도여행임을 고려하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틀리진 않는다.

○ 이것만은 꼭!

가방을 직접 챙겨드릴 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여권과 여권용 사진, 허리에 매거나 목에 걸 수 있는 작은 가방을 준비해야 한다. 긴팔 옷과 슬리퍼나 샌들 의약품 선크림 모자 우산 필기도구 세면도구도 필수품이다. 고추장 김 김치나 팩 소주도 가져가면 좋지만, 과일 등 날 음식은 여러 나라에서 반입 금지 대상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건강. 과로와 과식을 피하고 불편한 점은 곧장 말하도록 당부하자. 여행자 사망 원인 1위가 의외로 교통사고라는 것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시차 극복을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장시간 비행 시 다리가 붓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끔 다리를 움직이고 복도에서 걷도록 알려드려야 한다.

동남아시아로 갈 때는 독감이나 모기로 인한 뎅기열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독감은 떠나기 2주 전 예방 접종을 하면 되지만, 뎅기열 예방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삼성서울병원 백경란 교수는 “뎅기열은 예방 주사가 없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팔 옷과 긴바지, 몸에 바르는 모기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심장이 안 좋으면 의사와 상의하고 당뇨가 있으면 식사 시간을 놓쳐 저혈당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초콜릿이나 사탕을 준비해드린다. 탈수 예방을 위해 이동할 때마다 물을 휴대하고 운동화도 푹신한 게 좋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효도여행 체크 포인트 10▼

△부모님의 체력에 따라 비행 시간과 시차를 고려한다.

△휴양보다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좋다.

△활동적인지 등 성향에 따라 여행지를 고른다.

△팁이나 옵션이 경비에 포함된 상품을 선택한다.

△쇼핑 횟수를 제한하는 여행사가 좋다.

△가이드가 함께 다니는 상품이 좋다.

△짐을 부치고 찾거나 호텔을 이용하는 방법을 미리 알려드린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경우 가방을 직접 챙겨드린다

△가기 전 종합병원의 여행클리닉에서 예방 접종을 하도록 권한다.

△지병이 있으면 가기 전 의사와 상담하도록 한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해외 효도 여행지 베스트5▼

▽태국 방콕과 파타야=대중적인 효도여행 코스로 해외여행이 처음인 부모님께 추천할 만하다. 화려한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 수상시장과 전통 춤 등 보고 즐길거리가 넘친다. 덥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 장자제=‘사람이 태어나서 장자제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는 말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곳. 중국 최초의 국립 산림 공원이다. 산악지대여서 많이 걸어야 한다.

▽일본 규슈(九州)=후쿠오카공항까지 비행 시간이 1시간 반 정도로 짧고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70대 이상의 노인들에게 좋다. 겨울철에 특히 좋다. 소박한 곳으로 화려한 관광과 거리가 멀다.

▽베트남 하롱베이=‘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수천 개의 섬을 만들었다’는 대한항공 광고로 유명해진 곳. 3000여 개의 섬과 기암 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경우가 있고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단점이 있다.

▽호주 뉴질랜드=비행시간이 긴 데다 국토가 넓어 차량 이동 시간도 길어 60대 중반 이전 부모님께 추천. 100% 대자연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적합하다.

(도움말=와우효도관광 이승훈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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