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교수 “권력 잡았으되 실력 없는 386들아!”

  • 입력 2005년 4월 21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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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386은 더 이상 운동권도 아니고 재야인사도 아니고 시민사회 비판세력도 아니다. 이들은 정부가 되면서 권력은 있고 조건은 갖춰졌으나 비전과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은 결핍돼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권력의 중심에 선 386’들을 향해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최 교수는 21일 오후 6시 프레스센타에서 열리는 코리아연구원(원장 임원혁) 개원 연설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최 교수는 이 연설문에서 “386세대라는 정치언어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논란의 대상”이라며 “최근에는 외국 사람들까지도 386이 민주화이후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그룹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들 386이 군부권위주의를 깨트리는데 앞장섰던 것과 같이 실제로 한국민주주의를 기대할만한 수준으로 만들고 그동안 소외되었던 민중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괄목할 만한 기여를 이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 점에 관한한 과거에 비해 현재가 더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이 정당성이 결여되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그러하지 민중의 삶을 일방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지금의 정치는 보통사람들의 경제적사회적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행정수도 이전등 거대 국책사업을 추진하는데 정부의 온 에너지와 역량을 쏟아 부었다”고 비판하고 “민주정부의 무능에 실망한 사람들은 과거 권위주의시절, 박정희 신화에 향수를 갖거나 민주정부에 비관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지금 우리는 양극단(권위주의에 친화적인 재벌중심 성장모델과 민주정부의 무능함과 결합된 신자유주의 발전모델) 사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까지 진단했다.

최 교수는 “지금 ‘민주’는 아무런 프리미엄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실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어느 날 보수파들이 이성적, 현실적으로 정비될 때 민주파들은 ‘자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민주파들이 자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화 이후의 현실에 기초해 실천 가능한 이념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386은 체제에 저항하는 세대로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제로 건설해야할 중심세력으로 스스로의 역할 전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386들이 사회와 ‘유리된’ 전문가들만의 싱크탱크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미국정치가 사회적 기반, 민중적 요소와 괴리되고 전문가 엘리트 집단만의 세계가 되었다는 점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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