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임… 지방선거 패배로 궁지

  • 입력 2005년 4월 21일 0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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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68) 이탈리아 총리가 20일 총리직에서 전격 사임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날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의회에서 “이제 때가 됐다. 놀랄 일이 아니다. 난 오늘 약해진 연정(聯政)을 강화하고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2001년 5월 중도우파 ‘자유의 집’ 동맹을 이끌고 총선에서 승리, 총리직에 오른 지 4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의회가 해산되고 올여름 이전에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깨어진 꿈=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당초 “2006년까지 총리직을 맡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임기 5년을 채우는 최초의 총리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만큼 이탈리아는 정권교체가 잦았다. 베를루스코니 정권은 1946년 이후 59번째 정부. 그는 1994년 3월에도 우파 5개 정당 동맹을 이끌고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올랐었다. 그러나 그가 소유한 기업의 뇌물 제공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수모를 당한 끝에 7개월 만에 사임했었다.

2001년 두 번째 집권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이달 초 치른 지방선거에서 13개 선거구 중 11곳을 잃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반발 여론과 2003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대에 머무는 등 경기부진이 원인이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이탈리아 여기자 총격사건도 한몫했다.

선거 이후 기독교민주당(UDC) 총재인 마르코 폴리니 부총리와 기민당 소속 장관 3명이 15일 사임했다. ‘자유의 집’ 동맹은 내분으로 치달았다. 국민동맹당 소속 잔프랑코 피니 외무장관은 내각 신임 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조기 총선 승부수=AP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은 더 이상 정치적 입지를 잃기 전에 조기 총선을 실시해 재집권을 노리겠다는 승부수라고 풀이했다.

다른 정당들이 연정을 이탈할 경우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힘(포르자 이탈리아)’당 단독으로는 의회 과반수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방선거 패배 직후 조기 총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총리가 물러나면 카를로 아젤리오 참피 대통령은 사퇴한 총리나 다른 인물에게 새 정부 구성을 요구하거나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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