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문 때리기 장사’ 再開하는 청와대

  • 입력 2005년 4월 20일 21시 04분


코멘트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과거에 북한의 위협을 가지고 ‘안보 장사’ 하던 언론이 이제는 한미동맹을 흔들고 국민 불안감을 조성해 새로운 ‘안보 장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는 그러한 예로 한미 협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을 동맹의 균열로 보거나, 소수 친미파(親美派)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전달하는 보도를 들었다.

안보 문제를 놓고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조 수석의 말대로 안보를 팔아 사익(私益)을 챙기는 언론이 있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우선 국민과 시장(市場)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따져보자.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한미동맹을 흔든 것은 ‘안보 장사나 하는’ 언론인가, 아니면 대통령과 ‘자주(自主)로 무장된’ 주변 인사들인가.

조 수석은 대통령의 ‘균형자론’ 제기 이후 “이를 이해한다”는 미국 측 인사가 얼마나 있는지 꼽아 봐 주기 바란다. 지난 2년여 동안 한미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 치고 안팎에서 논란과 우려를 야기하지 않은 발언이 거의 없음을 조 수석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확인된 문건과 정보를 근거로 보도한 ‘미국의 전쟁예비물자(WRSA) 폐기 방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고(再考) 요청’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戰力)을 줄일 수 있다는 미국 측의 경고’ 등을 기사화한 것이 ‘안보 장사용’이란 말인가. ‘작전계획 5029’에 관한 기사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존재하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계획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이런 임무 수행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제지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도 안보 장사인가.

노무현 정권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수구 언론의 저항’으로 일축하는 데 익숙해져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신문 때리기’를 통해 실정(失政)과 실책(失策)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 싶더라도 안보 문제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 안보는 나라와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이마저도 ‘신문 때리기’의 소재로 삼는 홍보수석은 과연 어느 나라의 대통령 참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 언론이나 여론이 조 수석의 주장에 얼마나 수긍하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조 수석은 홍보에 대한 인식부터 바꿨으면 한다. 얕은 전문성과 편향된 생각으로는 안보는 물론이고 안보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얘기할 자격이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