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지호]누가 反민족 反통일 세력인가

  • 입력 2005년 4월 20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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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일당과 목숨 걸고 싸워 그들을 쓰러뜨렸을 때 당신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 잘했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총살정권을 지원해 부끄럽다고 할 것인가.”

북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한 북녘 출신 동포가 현 집권층을 향해 날린 질문이다.

집권세력의 사이비 민족공조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본을 향해 ‘인류 보편의 가치’ 운운하며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던 노무현 정부는 동포의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손발의 뼈를 꺾고 입에 돌덩이를 물린 채 ‘잘못된 사상으로 오염된’ 머리부터 저격하는 김정일 정권의 공개처형 장면이 생생한 비디오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건만, 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좌파 어용단체들은 오히려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탓하고 있다. 후안무치(厚顔無恥)는 이럴 때 쓰라고 있던 단어였던가.

▼집권세력, 北인권 나몰라라▼

집권세력의 문제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대통령 스스로 독일식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그의 정신적 스승인 강만길 광복60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독일식 통일의 대안으로 협상통일, 대등통일을 주장해 왔다.

도대체 한반도 최대의 수구 냉전세력인 김정일 정권과의 협상통일, 대등통일이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자신의 술 창고에 세계 각지의 명주를 1만 병이나 보관하고 있으면서 10%가 넘는 국민을 굶어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총으로 쏴 죽이는 정권과 대등하게 통일하자니 그 발상의 기발함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통일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원치 않는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가올 수 있다. 작년 4월 23일 발생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는 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고건 전 총리는 “평양에 친중 괴뢰정권이 들어설 것 같아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는 ‘김정일 정권 붕괴=통일’이라는 등식을 버려야 한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남한과 통일을 할 수도, 중국의 속국으로 편입될 수도 있다. 아마 김정일 정권의 붕괴에 누가 어떻게 개입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북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평양 연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경계해야 하며, 워싱턴 일각에서 주장하는 체제변화(regime change)의 대안으로 정권교체(leadership change)를 거론하고 있는 베이징 일각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현 집권층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한 내부의 소요사태, 정권 붕괴, 대규모 탈북사태 시의 단계별 군사적 조치를 규정하는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9 협의가 청와대의 제동으로 중단됐다. 그러자 조너선 그리너트 미 7함대 사령관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거나 안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가 가서 북한의 질서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안 가면 미국 단독으로라도 가겠다는 얘기다.

▼‘사이비공조’ 이젠 그만둘때▼

이처럼 집권세력은 김정일 정권과의 사이비 공조에 매달려 통일에의 의지를 포기하고 있다. 오죽하면 수도도 남쪽으로 옮기려 하겠는가. 자유통일보다 김정일 정권의 존속을 상위가치로 삼는 이런 세력을 뭐라 불러야 할 것인가.

나는 이들이야말로 동포의 고통을 외면하고 외세의 북한 개입을 조장한 반(反)민족, 반(反)통일 세력이라 생각한다. 지금 독도를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누가 평양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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