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인터프리터’ 주연 니콜 키드먼 e메일로 만나다

  • 입력 2005년 4월 20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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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UIP 코리아
사진 제공 UIP 코리아
“살아있는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존재.”

그녀와 오랜 우정을 나눴던 할리우드 스타 러셀 크로는 이렇게 그녀를 정의했다. 니콜 키드먼(38·사진). 눈만 마주쳐도 숨이 막혀 버릴 것만 같은 여자. 이번엔 그녀가 시드니 폴락 감독의 스릴러 ‘인터프리터’(22일 개봉)를 통해 아프리카 태생의 유엔 동시통역사 실비아 브롬으로 변신했다. 여전히 지적이고 관능적인 니콜 키드먼을 e메일로 만나는 데 성공했다.

―당신은 ‘쿠’라는 아프리카어를 통역하는 통역사로 나오지만 그 언어는 지구상에 없는 가상의 언어예요.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힘들었어요. 마치 나무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그 이름을 말해야 하는 고통이랄까요? 발음만 갖고 외워야 했는데, 그것도 아무렇게나 발음할 순 없었죠. 다른 배우들과 같은 내용을 말할 때는 똑같이 약속된 발음을 해야 했으니까요. 전 언어에 관심이 많아요. 프랑스어를 무척 배우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반대해 여섯 살 때부터 라틴어를 시작했지요.”

―영화에서 당신은 숀 펜과 이뤄질 듯하다가 안 되는데요.

“저도 잘되길 바랐는데…. 하지만 저와 숀 펜의 관계는 로맨스보다 좀 더 복잡한 게 깔려 있어요. 두 사람은 인생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죠. 아무도 믿질 않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가기 시작해요.”

―이번엔 바지차림과 긴 생머리를 유독 강조했어요. 당신으로선 더 예뻐 보이고 싶었을 텐데요.

“시드니 폴락 감독은 ‘모든 게 산만해 보이지 않고 심플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어요. 전 ‘디 아워스’(2003년)를 찍었을 때처럼 제가 일절 신비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정말 살아있고 숨을 들이쉬는 인간처럼 보이는 것 말이죠.”

―결혼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이를 키우는 데 힘들진 않나요?(니콜 키드먼은 톰 크루즈와의 결혼 시절 입양한 열두 살배기 딸 이사벨라와 열 살배기 아들 코너를 키우고 있다.)

“오, 그 질문이 왜 안 나오나 했어요. 결혼 계획은 아직 없어요. 아이 키우는 데는 컴퓨터 게임이 골칫거리예요. 하루 종일 할 것처럼 보일 땐 엄하게 막아요. 저 자신 영화배우지만, 아이들이 저질스러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는 못 보도록 해요. 아이는 꼭 하나 더 갖고 싶어요. 아이들은 절 참 많이 닮았어요. 가끔 뭔가를 멍하니 상상하는 그런 표정이죠. 가끔 그러다가 이런저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게 흠이지만요.”

―엄마로서의 재능이 있다고 느끼나요?

“전 아이들을 보채기보다는 좀 두고 보는 편이에요. 제 아이들이 ‘누군가 늘 내 곁에 있다’는 느낌을 갖고 산다면 좋겠어요.”

―외모와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걸 즐기고요. 주말엔 필라테스(요가와 스트레칭의 복합운동)를 빼먹지 않아요. 무소유의 철학도 실천하려고 마음먹어요.”

―독신으로 지내는 당신은 누구에게 기대나요?

“가족이 없었다면 전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여동생은 저랑 가까워 쌍둥이나 다름없어요. 45년 넘게 결혼생활을 유지해 온 아버지와 어머니도 있죠. 가족들은 직선적이에요. 그래선지 전 직선적인 사람들에게 반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당신은 호주인이지만 할리우드 스타로 더 유명해요. 스스로 혼란스럽진 않나요?

“제가 집시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제 아이들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어떤 사람들은 저의 이런 모습을 불쾌하게 여기기도 해요. 전 호주인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저는 세계에 매혹돼 있죠.”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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