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0월의 청계천 아리아도 흐른다

  • 입력 2005년 4월 20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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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만에 물길이 다시 열리는 서울 청계천에서 10월경 대규모 오페라 공연이 열릴 전망이다.

오페라 공연을 추진하고 있는 주인공은 ‘그리운 금강산’의 작곡가 최영섭(崔永燮·77) 씨.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오페라 ‘운림(雲林)’의 내용이 복원되는 청계천과 잘 어울려 이를 공연할 계획이라는 것. 이에 대해 서울시는 19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운림’은 험악한 벼슬세계를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온 운림이라는 청년과 용왕의 딸 용희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만 결국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최 씨가 1955년 인천여고 음악교사로 재직할 당시 교내에서 오페레타(30분 내외의 짧은 오페라 소품)로 선보였으나 일반에 공개된 적은 없다.

그는 최근 이 작품을 3막 5장에 2시간짜리 그랜드 오페라 대본으로 완성했다. 청계천 변에서의 공연이 초연(初演)이 되는 셈.

“청계천과 운림은 삭막한 세상의 윤활유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특히 광복 60주년을 맞아 청계천 변에서 토종 오페라를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청계천 복원에 대한 최 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일제강점기 경복중학교 학생이던 그는 청계천 풍경을 이렇게 기억한다.

“청계천에는 송사리가 있었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했어요. 하얀 모래 위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풍류객도 적지 않았지요. 이름 그대로 한없이 맑은(淸) 시내(溪)였죠.”

최 씨는 살아생전에 청계천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청계천 복원 소식에 다시금 ‘희망’을 갖게 됐다.

지난해 그는 갑상샘 암 진단을 받았으나 초기여서 통원 치료를 하며 거의 완치됐다. 투병 중에도 그는 여전히 가곡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조만간 자신이 쓴 가곡 100여 곡을 담은 책자와 CD를 낼 예정이다. 또 16년째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음악감상회’를 진행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 가곡의 날’(11월 11일) 제정 추진위원장도 맡고 있다.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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