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恥部가리기’ 국가기관 동원 의혹

  • 입력 2005년 4월 20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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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 추적’은 19일 밤 ‘나는 DJ 딸입니다-진승현 게이트와 국정원 특수사업의 실체’ 편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모(35) 씨에 얽힌 사연을 상세히 보도했다. 김 씨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과 그동안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도움의 내용을 털어놨다.

▽김 씨 출생의 비밀과 어머니의 행적=김 씨는 “어머니로부터 1960년대 말 한정식 집에서 일하다 김 전 대통령과 만나 1, 2년 연애하다 나를 낳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김 씨는 현재 외할아버지 호적에 올라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고 3 때인 1986년 성당에서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면서 “옆에 앉아서 어머니가 준 쪽지를 전달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그동안 김 전 대통령을 세 번 찾아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모녀는) 그늘에서 힘겹게 살았다”면서 “자폐증 환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야단맞고 욕먹고 살았다”고 말했다.

김 씨의 이모인 대학교수 김모 씨는 “동생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딸을 낳았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면서 “(동생은) 김 전 대통령을 위해 그 사실을 한번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동생이 그쪽(김 전 대통령)에 딸을 호적에 올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어머니는 2000년 6월 한밤중에 난리를 치고 갑자기 죽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씨 어머니의 자살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이 사건에 몇 가지 의문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경찰은 “우리한테 먼저 신고가 온 게 아니고 고위직 모 인사한테 먼저 전화가 왔다”면서 “내가 듣기로는 막강한 쪽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 모녀의 생활비 지원=김 씨는 “어머니가 시켜서 예닐곱 살 때부터 김 전 대통령 집에 가서 생활비를 받아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석 달에 한 번이나 넉 달에 한 번씩 악착같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88년 이사할 때 (김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에게서 큰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이 8000만 원이었는데 3000만 원은 김 의원이 대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대철(鄭大哲) 전 의원의 어머니 이태영(李兌榮) 씨에게서도 생활비를 도움 받았다”면서 “한번은 어머니와 함께 가서 받았고 두 번째는 혼자 가서 받았으며 이런 사실은 정 전 의원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직업도 수입도 없는 김 씨는 현재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쳐서 시가 15억 원에 이른다. 김 씨는 어머니가 생전에 직접 재산을 관리했기 때문에 자세한 재산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채는 김홍일 의원의 도움으로 구입했고, 다른 한 채는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曺豊彦) 씨가 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은) 1999년인가 조 씨(조풍언) 아저씨가 조건을 달고 사준 집”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였고 김홍일 의원은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었는데 김 씨 모녀에 대한 소문이 나자 김 전 대통령의 호적에 못 올려주는 대신 집을 사줬다는 것. 그는 “조 씨 아저씨가 짐가방에 현금으로 3억2000만 원을 갖고 와서 이 돈으로 아파트를 샀다”고 말했다.

또 김 씨의 통장에는 조 씨의 부인 이름으로 한 차례에 400만 원씩 수차례 입금된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김홍일 의원은 SBS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 전 의원도 취재진의 면회 요청을 거절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조 씨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씨를 아는지, 도와준 적이 있는지’에 대해 “나는 미국 시민이 된 지 20년이 됐고 이런저런 소리가 있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만 말하면서 김 씨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시청자 반응=방송이 끝나자마자 SBS 인터넷 게시판에는 500여 건의 시청 소감이 올라오는 등 시청자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럴 수가 있느냐, 노벨평화상을 반납해야 한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진승현게이트의 전모를 재조사하라’ ‘비록 지난일이라 하더라도 권력형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씨는 “문제의 본질은 어떤 대통령의 사생활이 지저분했다가 아니라 한 대통령의 사생활을 입막음하기 위해 국정원이 관여하고, 그로 인해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사회적 모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왜 이제야 이런 보도를 하는지 의도를 모르겠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퇴임한 대통령의 사생활을 파헤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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