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오벨리스크, 고향 에티오피아 귀환

  • 입력 2005년 4월 19일 18시 25분


코멘트
‘1700살’ 오벨리스크(고대 석조 기념비·사진)의 68년 만의 귀향.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1937년 에티오피아 악숨에서 약탈해 온 오벨리스크가 19일부터 세 부분으로 나뉘어 악숨 공항으로 이송된다.

1차 수송대상은 높이 24m, 무게 180t 규모인 오벨리스크의 중간 부분으로 무게는 60t.

이탈리아가 오벨리스크의 반환을 약속한 것은 에티오피아와 평화조약을 맺은 1947년. 그러나 이탈리아는 수송의 어려움과 파손 위험성을 이유로 약속 이행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들은 “로마에서 수십 년을 산 오벨리스크는 ‘귀화한 시민’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오벨리스크 반환 계획이 구체화된 것은 2003년 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가 ‘파시즘의 역사를 청산하겠다’며 그 상징적 조치로 오벨리스크의 귀향을 허락한 것.

그러나 오벨리스크를 비행기에 실어 에티오피아로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데에는 ‘열악한 악숨 공항’이란 또 다른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북쪽으로 850km 떨어진 이 공항은 해발 2230m에 있어 기후 변화가 매우 심하다. 활주로 길이는 일반 활주로(약 3500m)보다 1km 이상 짧은 2400m에 불과하고 레이더 관제시설조차 없다.

이탈리아 정부는 악숨 공항의 악조건을 이유로 오벨리스크 수송계획을 이달 들어서만 두 번이나 연기했을 정도.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