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우신]국립대 학술林 매각 안된다

  • 입력 2005년 4월 19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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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대 보유재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보도가 있었다. “현재 국립대의 보유재산이 약 10조 원이고 특히 서울대의 경우 지리산의 20%에 달하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토지를 매각하면 구조조정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럴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나 서울대 남부학술림 지역은 단순히 지가로만 평가되는 매각 대상의 토지가 아니다. 이 지역이 지닌 중요성과 가치 또한 특별하다. 먼저 서울대 남부학술림의 현황을 살펴보면 지리산과 광양시에 위치한 토지의 면적은 총 1만6218ha(광양 백운산 1만973ha, 지리산 5245ha)에 지가는 약 262억 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체 면적에서 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99.9% 이상이다. 반면 학술림의 관리 및 지원시설이 위치하는 일반 토지의 면적은 0.1%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 지역은 산림식물대상으로 온대 남부지역에 위치하며 표고 1751m의 고산지대까지 포함하고 있어 식생분포가 다양하고 식물자원 수자원 야생동물자원 등 자연자원이 풍부하며, 생태계가 가장 잘 보전된 산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90% 이상이 지리산국립공원(제1호·1967년)으로 지정돼 있으며, 중심지역 2020ha는 환경부의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제1호·1989년)으로 지정돼 있다. 이는 지리산 학술림 면적의 약 40%에 이른다. 백운산 지역 역시 백운산 학술림 면적의 약 10%에 해당하는 974ha가 ‘광양 백운산 자연생태계 보전지역’(1993년)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므로 이 지역은 매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지역의 환경은 각종 산림자원에 관한 연구 및 전공 실습에 적합해 현재 국내외 대학과 기관의 연구 실습 및 자연환경 교육장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곳에서 수많은 학위논문이나 학술논문이 발표됐다. 또한 최근의 기후변화 현상과 관련해 산림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남부학술림의 지리산 지역이 환경부에 의해 한반도 남부 지역의 대표적인 장기생태연구지로 선정돼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산림청은 국유림 비율을 현재의 21%에서 40%까지 확대하기 위해 매년 예산을 들여 사유림을 매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현상과 관련해 산림지역의 중요성과 유지 및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국립대에서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관리하는 학술림을 매각하여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국가의 산림정책과 자연환경보전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며, 미래세대에게 잘 보전된 자연자원을 물려줄 현 세대의 의무를 외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울대 남부학술림은 산림의 공익적 기능뿐 아니라 자연환경 보전의 핵심 지역이자 국가적인 과학 연구의 기반으로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이러한 가치를 무시한 채 대학의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를 팔자는 것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교육연구기자재를 내다 팔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듯 먼 앞날을 내다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산림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마찬가지여야 할 것이다. 산림은 단기간에 우리에게 큰돈을 만들어 주지는 않으나 산림을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할 때 산림이 우리에게 돌려주는 혜택은 경제적인 가치로 산정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우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부속 학술림장·산림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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