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화폐 일본에 로열티 준다고?"

  • 입력 2005년 4월 19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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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새로운 은행권을 발행하면서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위폐방지기술을 일본에서 들여오기로 해 막대한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는 괴 소문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화폐 교체를 발표하자 인터넷에는 “새로운 지폐에 들어가는 위폐방지기술을 일본에서 들여와 로열티를 지급한다더라”, “1만원권 지폐 1장을 만들고 사용할 때마다 0.01원씩 준다더라” 등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소문은 급속히 퍼져 18~19일 이틀간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한국은행 홈페이지에는 일본기술 도입을 반대하는 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일본에 로열티를 주려면 새 화폐발행을 중단하라”, “차라리 유럽에서 기술을 들여오자”, “우리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화폐발행을 일시 중단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누리꾼 ‘김용찬’은 “수천억원의 돈이 일본에 로열티 및 기술료로 넘어간다면 매국행위다. 유럽 등에서 기술을 사다 쓰거나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이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 발권국 박운섭 차장은 19일 “위조지폐방지기술 도입과 관련해 일본 등 외국에 단 한 푼의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새 지폐의 위폐방지기술을 설명하면서 일본 돈을 예로 들어 생긴 오해로 보인다”면서 “이 기술은 세계 각국의 화폐에 대부분 쓰이는 공개된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새 지폐 변경에 따른 7가지 주요 위폐방지기술을 설명하면서 각국의 지폐를 예로 들었다.

여기서 ‘요판잠상’(비스듬히 기울여 보면 숨겨 놓은 문자나 문양이 나타나는 요판인쇄 기술의 하나, 복사 불가능 효과) 기술을 설명하면서 일본의 ‘엔화’를 예로 들은 것.

이것이 소문의 근원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지폐 교체에 따라 일정 비용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면서 한국은행은 △화폐제조비용 1900억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금자동출금기 등 자동화기기 교체 비용 2200억원 △각종 자동판매기 교체 비용 580억원이 비용으로 든다고 밝혔다.

여기서 자동화기기의 핵심 부품은 거의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일본 업체를 배불릴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한 신문은 자동화기기 공급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ATM기의 경우 1대당 교체비용이 2500만원으로 전국 3만5000여개를 모두 바꿀 경우 1조원에 육박하는 비용(8700억원)이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ATM기의 핵심 모듈, CD기의 센서 모듈 등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면서 “돈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보다 일본 업체들이 한국의 화폐 교체를 계기로 수출가를 올릴지도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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