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구역 개편, 政略 버리고 지혜 모으자

  • 입력 2005년 4월 18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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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행정단위에서 도(道)를 없애고 전국에 1개 특별시와 60개 정도의 광역시를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런 획기적인 작업을 위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정책기획단’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시도, 시군구, 읍면 3단계로 돼 있는 지방행정체계를 2단계로 줄이고, 100만∼200만 명 규모의 광역지방자치단체 30개 정도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선조의 8도 체계를 기본으로 일제강점기에 골격이 잡힌 현행 행정구역은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된 오늘날에는 맞지 않다. 행정기능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과 예산 낭비도 크다. 관리와 통제 위주의 전근대적 다층(多層)구조는 지방분권화의 걸림돌이다. 이를 고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학계, 지자체 등이 모두 공감하는 편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은 당리당략이나 특정지역의 유불리, 주민들의 이해관계, 공무원의 자리보전 차원에서 논의돼서는 안 된다.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자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며,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행정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일본은 기초지자체를 통폐합하는 ‘헤이세이(平成) 대합병’을 6년간의 작업 끝에 지난달 말에 마무리했다. 1999년 3232개였던 시정촌(市町村)은 2343개로 줄였고, 내년 3월 말에는 1974개로 더 줄일 계획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통폐합을 하면 10년간은 종전대로 재정지원을 해준다는 ‘당근’만 제시한 뒤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견수렴을 기다려왔다. 이에 따라 갈등이나 마찰은 거의 없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해도 정략적 판단이 앞서면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많이 생길 우려가 높다. 길게 보고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와 주민들의 지혜를 모아 합의를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 서둘지는 않되 꼭 실현해야 한다는 의지는 물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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