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소샤 교과서 “왜구의 대부분은 중국인”

  • 입력 2005년 4월 18일 18시 39분


코멘트
18일 본보가 입수한 일본 문부과학성의 ‘수정표(修正表)’에 따르면 후소샤(扶桑社)의 중학교용 역사교과서 검정 합격본에는 중국 관련 역사 왜곡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중국 정부가 2001년 일본 측에 수정을 요청한 왜곡 대목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 문부성도 지나치다고 판단해 후소샤에 수정을 지시한 124개 항목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왜구(倭寇)=16세기 왜구의 약탈 행위에 관해 기술하며 “구성원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고 기술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을 지칭해 온 ‘왜’란 말의 뜻마저 부인한 것. 일본의 약탈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왜구’ 구성원에 한사코 한국인과 중국인을 넣으려는 의도다.

▽배일 운동=1920년대 일본 군국주의의 대륙 침략 야욕이 노골화되자 중국인 사이에서 항일운동이 일어났다. 후소샤 교과서는 이런 시대 상황을 무시하고 일제 불매운동, 일본인 피습 등 일본 측 피해만 강조했다. 일본 측 피해만 강조한 내용은 이 밖에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도쿄 공습, 원자폭탄 투하, 일본인 포로의 시베리아 억류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21개조 요구=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일본은 영일(英日)동맹을 내세워 독일 영향력 아래 있던 중국 칭다오(靑島)를 점령했다. 국제사회가 철수 압력을 넣자 중국에 산둥(山東) 철도부설권 할양 등 21개 요구 조건을 철수조건으로 제시했다.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21개조가 강압적 요구가 아니라 ‘희망사항’이었으며, 중국이 조건 내용을 비밀로 하자고 해놓고 어겼다는 지엽말단만 강조하고 있다.

▽만주국=일본이 1932년 세워진 만주국을 적극 도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기술이 있다. 당시 만주국을 실제 통치한 것은 일본군이었으며 만철(滿鐵) 등 일부 일본기업이 만주국 경제를 장악했다. 민중의 경제생활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 이후 중국 침략전쟁에 기여한 실상을 감추려 한 것이다.

▽중일전쟁=후소샤 교과서는 1937년 7월 7일 베이징 교외 루거우차오(蘆溝橋) 부근에서 일어난 중일 양군의 충돌 사건, 이른바 ‘루거우차오 사건’ 책임을 전적으로 중국에 떠넘기고 있다. 현지 양군 관계자들이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일제는 나흘 뒤 ‘중국 측의 계획적 도발’이라며 3개 사단을 증파해 본격적인 중국 침략에 나선다. 일본 측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

▽난징학살=1937년 12월 난징(南京)을 점령한 일본군은 6주간에 걸쳐 중국인 군인 포로와 일반시민 등 20만여 명을 학살했다. 전후 극동 군사재판부도 매장된 시신만 15만여 구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후소샤 교과서는 희생자 수에 대한 논란을 거론하면서 학살 사실에 의문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타=일제는 1940년 3월 난징에 허수아비 정권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 역사교과서는 마치 중국인들이 국민당 정부에 대항해 이 정권을 만든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1943년 일제는 아시아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대동아회의를 개최했는데 이때 난징정부는 ‘중국 대표’란 이름으로 참가했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또 대동아회의 결과 버마(현 미얀마)와 필리핀이 독립했으며 인도 임시정부를 일본이 승인했다고 기술했다. 아시아 침략전쟁이 아니라 ‘식민지 해방전쟁’이었다는 강변이다.

후소샤판 역사교과서의 중국 관련 왜곡
쟁점 수정 왜곡된 내용
왜구16세기 중엽 다시 왜구가 극성을 부렸는데 왜구 대부분은 사실 중국인이었다.
1920년대 배일운동일본 상품 불매와 일본인 습격 등 배일운동이 활발.
21개 사항 요구중국 측은 비밀로 하기로 한 요구 사항(희망조항) 내용을 열강의 개입을 기대하며 국내외에 알려.
만주국만주국은 일본의 중공업 진출 등에 따라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난징학살희생자 수 등 실태에 관해 자료상 의문점도 있고 다양한 해석이 있어 오늘날까지 논쟁 중.
난징정부난징정부는 충칭 국민당 정권에 대항해 설립됐으며 일본에 협조적이었다.
대동아회의(1943년)일본은 버마 필리핀을 독립시키고 인도 임시정부를 승인했다.
자료: 문부과학성 중학교용 역사교과서 수정표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