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병사들의 군기(軍紀)를 잡는 ‘얼차려’ 규정에 참선을 포함시켰다. 참선을 통해 병사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일병과 이병은 20분 이내에 한 차례만, 상병과 병장은 1회 20분 이내로 두 번 반복할 수 있도록 했다.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개인호를 팠다가 메우기, 완전군장 구보 등 종전의 ‘얼차려’에 대한 보완책이다. 군 관계자들은 ‘원산폭격’이나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같은 인격 모독성 얼차려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장담한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 병영 내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저질러졌다. 국방부의 발표대로라면 우리 군은 진작부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군대다. 체력 단련 강도(强度)가 약해진 얼차려 규정을 보고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강군(强軍)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생긴다. 가뜩이나 신세대 장병들의 나약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마당이다.
▷하지만 참선이 얼마나 힘든지는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제대로 하려 한다면 참선과 반성문 쓰기 등 ‘정적(靜的) 얼차려’가 ‘동적(動的) 얼차려’에 비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밤샘 참선을 강요하는 ‘병영판 용맹정진(勇猛精進)’이나 오랜 시간 가부좌를 틀고 눕지 못하도록 하는 ‘군대식 장좌불와(長坐不臥)’ 같은 고강도 ‘참선 얼차려’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규정이 아니라 인간이지 싶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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