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트렌드]2m높이 벽돌담이 화단으로 변신

  • 입력 2005년 4월 18일 17시 48분


코멘트

“여깁니다. 이 블록 끝까지 92m 구간에 2m 높이로 벽돌담이 있었습니다.”

1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4동 중앙하이츠 아파트단지 201동 앞. 노원구 주택과 진중일(陳重一) 주임이 한때는 사람 키보다 높은 담이 있었으나 화단으로 변한 곳을 가리켰다.

왕복 2차로 도로 옆으로 폭 2m가량의 보도가 있고 보도와 아파트 사이에는 아직 나무가 심어지지 않은 60cm 높이의 화단이 있었다.

도로 건너편 401동 앞에도 같은 높이(2m)로 60m 길이의 담이 있었다고 했다. 좌우가 벽으로 막힌 길이었던 것.

5개동 499가구인 이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구와 함께 ‘아파트 담 허물기 사업’을 실시했다. 공공기관과 학교는 담을 허문 곳이 몇 곳 있지만 서울에서 아파트단지가 담을 허물기로 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이 단지의 담 허물기 사업을 계기로 상계7동 한양아파트 주민대표들도 주민 동의를 구하고 있으며, 상계 7단지와 9단지 주민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노원구는 밝혔다. 이 단지 옆에서 현재 마무리공사 중인 인근 ‘극동의 푸른 별’ 아파트는 담을 세우지 않기로 자체 결정했다.

하교하는 여고생들에게 담이 없어져서 불안하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아뇨. 담이 없어지니까 오히려 더 안전해진 것 같은데요. 아파트에서 길이 훤히 보이게 됐잖아요.”

주민 하정란(河貞蘭·45·여) 씨는 “벽돌담이 있을 때는 아파트 단지가 꼭 교도소 같았다”며 “길이 확 트이니 답답한 속이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자 대표들과 부녀회가 처음 “한 동 한 동 주변에 있는 담을 허물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는 1층에 사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소음과 사생활 노출, 치안 문제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방범용 폐쇄회로(CC) TV를 30대 추가 설치하고, 총 길이 450m의 담이 있던 자리에 조경석으로 화단을 만들어 아파트 마당과 도로의 경계가 되게 했다. 501동과 401동 뒤편 자투리땅에는 벤치를 설치해 주민쉼터를 만들었다.

입주자 대표회의와 부녀회가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70%의 주민 동의를 얻었으며 총 공사비용 2억600여만 원 중 1억 원은 노원구가, 나머지는 주민들이 부담했다.

권영근(權寧根) 동 대표회장은 “화단에는 소나무와 넝쿨장미, 야생화 등 나무 700그루를 심을 예정”이라며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울타리가 되게 해 1층 가구의 사생활도 보호하고 단지 분위기도 고급스럽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와 주민들은 이달 중으로 공사가 끝나면 다음달에 단지에서 주민화합 잔치와 작은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