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89>수(창 수)

  • 입력 2005년 4월 17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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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갑골문에서 끝이 뾰족한 창을 손(又·우)으로 든 모습이다. 옛 기록에 의하면 수는 길이가 1丈(장) 8尺(척)에 모서리가 8각형으로 생겼고 군대가 전진할 때 전차의 양쪽에 꽂거나 보병이 들고 적의 근접을 막는 무기라 했는데, 1974년 진시황의 병마용 갱에서 실물이 발견돼 이를 증명해 주었다. 그래서 수는 창, ‘때리다’, 창과 유사한 도구 등의 뜻을 가진다.

우선 창을 뜻하는 글자로 役(부릴 역)은 사람(人·인)의 뒤쪽으로 수가 놓여 사람을 負役(부역)이나 勞役(노역)에 강제로 몰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또 殺(죽일 살)은 원래 짐승의 몸체에 죽임을 상징하는 삐침 획을 더해 ‘죽이다’는 뜻을 그렸는데, 이후 수를 더해 죽이는 방법을 구체화 했다.

그리고 毅(굳셀 의)도 원래는 k로 써 멧돼지(豕·시)의 털을 칼(辛·신)로 깎는 모습을 그렸고 다시 수가 더해졌는데, ‘멧돼지’는 강인함의 대표이고 그 ‘털’은 뻣뻣함의 상징이기에 ‘굳세다’는 뜻이 생겼다.

둘째, 창과 유사한 도구로 段(구분 단)은 갈고랑이 같은 도구(수)로 언덕에서 광석을 캐는 모습인데 캐낸 광물은 불로 녹이고 두드려 필요한 연장을 만든다. 그래서 段은 ‘두드리다’는 뜻과 ‘잘라낸’ 광석이라는 뜻에서 어떤 구분된 ‘段落(단락)’을 말하게 되었다. 여기서 파생된 鍛(l·쇠 불릴 단)은 연장을 만들기 위해 쇠를 불에 녹여 불리는 것을, m(숫돌 단)은 잘라 놓은 돌을, 緞(비단 단)은 일정한 길이로 재단해 놓은 비단을 말한다.

셋째, ‘침’을 뜻하는 경우다. 殷(성할 은)은 원래 침을 들고(수) 불룩한 배(身·신)를 치료하는 모습에서 병세가 대단히 ‘심각함’을, 이로부터 ‘크다’와 ‘성대하다’는 뜻이 나왔다. 그러자 원래 뜻은 다시 心(마음 심)을 더하여 慇(괴로워할 은)으로 분화했다. 또 n(醫·의원 의)는 부상병에게서 뽑아낸 화살촉(矢·시)이 상자(방·방)에 들어 있고 외과용 수술도구를 손에 든 모습(수)으로써 ‘의사’를 그렸고, 이후 마취제로 쓸 술(酉·유)이 더해져 지금의 醫가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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