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환박사 “油田사업 위에서 밀어붙였다”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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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 실무직원들은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위’에서 워낙 확신을 갖고 밀어붙여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고민했다.”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 투자를 도왔던 김광환(金洸煥·39·사진) 박사는 “실사도 하기 전에 계약부터 하고 10%의 계약금을 송금하는 등 일반적인 관행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16일 모스크바에서 기자와 만난 김 박사는 “철도청에 사업을 제의한 한국크루드오일(KCO) 측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철도청 측에 ‘이 사업이 한-러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박사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국제회의통역사이며 모스크바국제관계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한 러시아 전문가. 철도청의 요청으로 지난해 9월부터 이 사업에 관여해 두 차례 보고서를 제출했고, 사할린에서 진행된 유전개발회사 페트로사흐에 대한 실사작업과 계약 파기 후 철도청과 러시아 투자회사 알파에코의 3차례 계약금 반환협상에도 참여했다. 다음은 김 박사와의 일문일답.

―계약금부터 주는 등 비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이유는….

“내가 관여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계약이 끝난 뒤였다. 하지만 양해각서(MOU)부터 체결하고 실사한 뒤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절차를 밟으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서두른 것 같다. 계약금 반환 협상 당시 알파에코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권광진(權光鎭) 쿡에너지 대표가 2003년부터 알파에코 측에 ‘페트로사흐를 한국기업에 꼭 팔아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권 대표는 철도청의 페트로사흐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자신했으나 알파에코가 믿기 어렵다며 계약금 10%부터 먼저 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KCO가 철도청에 제안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나.

“KCO는 페트로사흐가 사할린-6 광구 전체의 사업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육상유전과 대륙붕 등 전체의 20% 정도 사업권만 가진 상태였다. 이 사업이 마치 ‘대통령 관심사업’인 것처럼 과장하기 위해 내세운 ‘정상회담 의제 포함’도 사실이 아니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직접 작성해 철도청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은….

“9월의 1차보고서는 사업에 위험이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내용이었고 실사를 마친 뒤 11월에 낸 2차보고서는 ‘해볼 만하다’는 낙관적인 분석이었다. 사할린-6 광구는 이미 육상유전에서 해마다 20만t이 생산되는 등 사업 전망이 충분히 있었다. 페트로사흐는 장부상으로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는 러시아의 기업관행 때문으로 실제는 흑자였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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