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일시위 사과를” 中 “못한다”…양국 외무장관 회담 합의 없이 설전만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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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영유권 분쟁 등으로 촉발된 중국 내 반일시위가 국민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은 17일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사태 진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중국 내 반일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데다 일본 내 반중 정서도 급격히 고조되고 있어 양국 갈등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회담을 가졌으나 상호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중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시위 사태에 유감을 표시하고 일본 외교공관 투석 사건 등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국제법에 따른 엄격한 처리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리 부장은 “중국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일본이 역사왜곡 문제를 정확히 처리하고 해결할 수 있는 타당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본말을 전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16일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반일시위가 일어난 데 이어 17일에는 시위가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등 20여 개 지방도시로 확대됐다. 홍콩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중국 경제의 중심으로 일본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상하이에서는 10만 명이 시위에 참가해 일본에 충격을 주었고, 광둥 성 둥관(東莞)에서는 반일시위가 일본기업 내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확산됐다.

일본 내의 반중 정서도 급격히 악화됐다. 오사카(大阪) 주재 중국총영사관에 16일 면도날이 든 협박편지가 배달된 데 이어 17일 한 일본인 남자가 총영사관에 유리병을 던진 뒤 분신을 기도했다. 15일에는 도쿄(東京) 중국대사관에 흰색 분말이 든 봉투가 전달됐고 대사관저는 우편함과 문패 등이 파손되고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지기도 했다.

또 일본인 관광객이나 수학여행 학생들의 중국 방문 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으며 중국 내 일부 일본인들의 철수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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