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TG삼보, 동네 헬스장서 우승일군 ‘헝그리 구단’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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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삼보 전창진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쏟았다. “고생스럽지만 다들 참고 견뎌줘 정말 고맙습니다.”

맏형 스타일인 전 감독은 평소 선수들을 볼 때 미안함이 컸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넉넉하지 못한 지원으로 마음이 아팠던 것. 전용 체육관과 최신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갖고 있는 다른 구단과 달리 TG는 연고지 원주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며 동네 헬스클럽에서 아주머니들과 함께 운동을 해야 했다. 개인 슈팅훈련이라도 하려면 택시 타고 체육관까지 가야하는 상황. 원정 경기 때는 숙박비를 아끼려고 밤늦게 경기가 끝나도 늘 버스로 이동을 하고 야식은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농구단 매각설까지 불거져 나와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이 때문에 전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최근 몇 년간 해외전지훈련을 못 갔지만 지난해에는 주최 측이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 브루나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선수들에게 바깥바람을 쐬게 해줬다. 원주의 지인들을 동원해 회식자리를 자주 마련했다. 구단은 원주시로부터 2억 원의 훈련 지원금을 유치해 선수단 살림에 보탰다.

선수들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 전 2주 동안 태백산 지옥훈련을 통해 체력을 기른 덕분에 정규리그 최소 실점(75.3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대역전패의 수모를 당했지만 다시 하나로 뭉쳐 충격에서 벗어났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은 TG의 통합 챔피언 등극은 코칭스태프와 선수, 구단이 엮어낸 합작품이었다.

원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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