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아들 ‘속죄의 외출’… “못난자식 肝이라도 받아주세요”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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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유재동 기자
“이렇게나마 자식 된 도리를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아들이 간경화 말기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줬다. 폭행상해죄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올 1월부터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임모(31·사진 뒷 모습) 씨는 지난달 말 가족으로부터 아버지의 투병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버지 임기현(56) 씨는 알코올성 간경화 말기로 당장 간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이번 달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있었다.

가족 중 어머니(58)는 나이가 많고 누나(33)는 얼마 전 출산했으며 동생(28)은 간 크기가 작아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할 수 없었다.

임 씨는 “뇌사자들을 알아보려 했지만 기약이 없다”는 가족의 말을 전해 듣고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임 씨의 딱한 사연을 들은 성동구치소 측은 법무부에 이 사실을 전한 뒤 담당 검사의 승낙을 얻어 14일 임 씨의 특별 외출을 허가했다.

성동구치소 관계자는 “수감자 자신이 병에 걸려 병원으로 외출을 하도록 하는 경우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수술을 위해 내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간 이식에 필요한 조직검사를 받고 다행히 적합판정을 받은 임 씨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입원실로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 임 씨는 혼수상태에 빠져 아들이 온 줄도 모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임 씨는 이날 오후 성동구치소 교도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죄수복 차림으로 병원에 입원해 17일 6시간에 걸쳐 자신의 간 65%를 아버지에게 떼어 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아버지도 앞으로 한 달 후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2∼3주 후에 퇴원할 수 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법무부는 임 씨에 대해 형 집행정지 처분을 내릴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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