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장중]‘올빼미 과외’만은 금지해야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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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들의 심야 교습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 같아 염려가 크다. 2008학년도 대입시험부터는 내신 성적 비중이 높아지는 바람에 예체능을 포함한 사교육이 상당히 늘어나는 와중에 최근에는 서울행정법원에서 “과외학원의 교습 시간을 제한한 서울시 조례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 것으로 상위법인 ‘학원법’에 위임 규정이 없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원가에서는 벌써 야간 수업 시간을 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울시 강동교육청이 즉각 항소할 방침이어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며 1심 법원의 판단도 물론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자라나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 직업선택과 수행의 자유(헌법 제15조)는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와 같이 무제한 보장할 수 있는 ‘사적’ 자유가 아닌 일종의 ‘사회적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거주 이전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이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헌법 제37조)할 수 있는 자유다. 비슷한 예로 “정부가 식품위생법상의 영업시간 제한 규정은 자유와 권리에 관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학교가 개설하지 못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학교 수업만으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공교육의 보완재로서 학원 수업은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한 귀가 및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늦은 밤까지 아이들을 붙잡아 혹사시키는 ‘올빼미 과외’만큼은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아이들의 귀가를 걱정하며 잠 못 이루는 많은 가정과 학부모의 처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심야 교습 행위는 학생과 학부모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보다는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가 우선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고 본다. 심야 교습 행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학원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만일 이를 게을리 한다면 정부와 국회는 스스로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금도 심야 교습을 별도로 규제하지 않고 자율관리를 하도록 지도하는 곳(경기도)이 있는가 하면, 서울시와 같이 오후 10시까지로 하거나 밤 12시까지(대구, 울산)로 규제하는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교습시간 제한은 지역별 특성과 사회적 여론을 수렴해 정하되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늦어도 밤 12시를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하고 학원 교습도 중요하다. 그러나 청소년은 각별한 사회적 보호와 사랑을 받으면서 심신이 건전하게 자라야 할 소중한 존재다.

제대로 된 나라치고 청소년들이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드물다. 밤 12시가 훨씬 지난 시간에 지친 모습으로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지 않은가. 과거 매일 오후 10시면 “청소년 여러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갑시다”라는 말과 함께 은은하게 들리던 사랑의 종소리를 우리 아이들도 들으면서 일찍 귀가했으면 좋겠다.

김장중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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