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이제 한국이 의리지킬 차례”

  • 입력 2005년 4월 16일 0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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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터키를 국빈 방문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5일 저녁(현지 시간) 아메트 네지데트 세제르 터키 대통령이 앙카라 대통령 궁에서 주최한 국빈만찬에서 한국이 터키에 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이렇게 표현했다.

터키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1만4936명을 파병해 이 중 741명의 전사자를 포함해 3216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의 혈맹. 그럼에도 1957년 수교 이후 48년 만에 처음 방문하게 된 데 대한 미안한 감정을 나타낸 것.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제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6·25전쟁 때 터키군이 보여준 용맹성은 한국인들에게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있다”며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버린 터키에 대한 한국 국민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터키 현지에서도 노 대통령의 방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터키의 주요 언론들은 14, 15일 56건의 기사를 통해 노 대통령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이슬람계 최대 유력지인 자만은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라는 기사에서 한국이 ‘형제국가’인 터키의 경제발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줄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對)터키 수출은 지난해에 23억 달러이지만 수입은 1억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터키 입장에서는 무역역조가 심각한 상황. 이날 정상회담에서 세제르 대통령은 이 점을 지적했고, 노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구매 사절단을 파견하겠다”고 화답했다. 대신 노 대통령은 11억 달러 규모의 터키 철도차량 및 전동차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정상은 이스탄불에 한-터키 정보기술(IT)협력센터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국 정보통신부 장관은 IT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회담 도중에 노 대통령은 1950, 60년대에 국내에서 유행했던 터키 민요 ‘위스크다르’의 곡조를 직접 읊어 양국의 우의를 과시했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이 “지난해 터키에 왔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위스크다르’라는 노래를 알고 있더라”고 말하자 노 대통령이 “한국 사람이면 그 노래를 다 안다”며 곡조를 읊은 것. 터키 정부 인사들은 “한국에서 그 노래가 유행했는지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첫 일정으로 한국에는 ‘케말 파샤’로 널리 알려져 있는 터키공화국 건국자 아타튀르크(‘튀르크인의 아버지’라는 뜻)의 묘소를 방문, 헌화했다. 16일에는 앙카라 시내에 있는 한국공원의 6·25전쟁 참전탑을 찾는다.

앙카라=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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