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對北 작전 충돌’의 뿌리를 걱정한다

  • 입력 2005년 4월 15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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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계획 5029-05’를 수정하다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반대로 중단했다고 한다. NSC는 “이 계획의 여러 사항이 한국의 주권 행사에 중대한 제약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 정권의 붕괴와 같은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은 양국 군의 당연한 책무다. 전시(戰時) 작전권을 주한미군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NSC가 말하는 ‘주권 행사 제약 요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동맹관계라면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힐 수도 있지 않은가. NSC는 그런 계획이 없어도 유사시에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믿는지 알고 싶다.

이에 대해 좀 더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 간 군사대화 채널에 이상(異狀) 징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듯해 국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8군 지휘관의 노골적인 반발이 있었고, 자이툰부대원의 감축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례가 없는 이런 갈등과 마찰의 뿌리에는 한미동맹의 기반을 흔드는 듯한 우리 측의 언행이 한 원인이 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정권 출범과 함께 튀어나온 자주국방 구호에 이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부정적인 대통령의 발언, 실익은 없고 주변국들의 경계심만 높인 동북아 균형자론, “한중 군사협력을 한일 수준까지 맞추겠다”는 국방장관의 발언 등이 잇따랐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한미동맹의 축에서 일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한미동맹에 이상이 없다고 반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에 우려하는 것이다. 북핵은 물론 우리 안보 환경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정말로 한미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먼저 이를 흔드는 것처럼 행동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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