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갈라선 교회 45년여 만에 한지붕 아래

  • 입력 2005년 4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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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연합 기념예배를 갖고 하나의 교회로 통합되는 오중교회와 오중제일교회 교인들이 통합에 앞서 두 교회 사이의 담장을 헐어내고 있다. 사진 제공 오중제일교회
17일 연합 기념예배를 갖고 하나의 교회로 통합되는 오중교회와 오중제일교회 교인들이 통합에 앞서 두 교회 사이의 담장을 헐어내고 있다. 사진 제공 오중제일교회
“남북통일보다 더 어렵다는 교회 통합을 이루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45년 동안 갈라져 있던 전북 부안군 동진면 하장리 오중교회(담임목사 이원락·59)와 오중제일교회(담임목사 박영진·49) 교인들은 요즘 기쁨 속에 열심히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두 교회는 8일 담장을 헌 데 이어 17일 연합 기념예배를 갖고 정식으로 통합한다.

두 교회는 원래 하나였으나 교단 문제로 분열됐다가 십수 년에 걸친 통합 논의 끝에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다. 1930년 4월 15일 교인 15명이 오중교회를 설립한 뒤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교세를 확장했다. 그러나 1959년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가 통합과 합동 측으로 분리될 때 이 교회에도 시련이 닥쳤다. 교단 선택 문제를 놓고 교인들이 갈등을 빚다가 1961년 오중교회는 통합 교단을 선택하고, 합동 교단을 주장하는 교인들이 독립해서 오중제일교회를 세웠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교회가 나란히 서있다 보니 교인들 간에 갈등도 생기고 전도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농촌 인구 감소로 두 교회의 교세가 계속 약화되면서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두 교회의 교인은 한때 각각 수백 명이 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50∼70명으로 줄었다.

한 교회에서 분리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는 전북 부안군 동진면 오중교회(왼쪽)와 오중제일교회가 45년 만에 하나의 교회로 다시 통합된다. 사진제공 오중제일교회

오중교회를 7년간 이끌어 온 이 목사는 “그동안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마음이 편치 않았다”면서 “특히 전도를 하려고 해도 우선 교회부터 하나로 만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1999년 두 교회가 10여 차례 상호 방문 예배를 갖는 등 통합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서로 자기 교단으로 와야 한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시간이 걸렸다”면서 “결국 두 교회 교인들의 기도가 쌓여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두 교회는 교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각기 소속 교단에서 탈퇴했다. 어느 한 교단을 택할 경우 교인들의 반발로 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박 목사는 “교단을 탈퇴해서라도 하나로 연합하기로 결정한 교인들과 이 목사에게 감사한다”면서 “일단 교인들의 뜻이 모아질 때까지 ‘무소속’ 교회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어 “교단이 없는 교회는 뿌리가 없는 교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교인들이 결국은 한 교단을 선택하는 데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최근 개신교계에서 교회일치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바람에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두 교회의 통합이 교회일치운동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 교회의 새 이름은 교인들을 상대로 공모 중이며 17일 통합 기념예배를 마친 뒤 교인들의 표결로 결정할 예정이다. 새 교회는 박 목사가 이끌고 이 목사는 임지를 옮기게 된다. 오중교회 건물(2층에 건평 120여 평)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오중제일교회 건물은 노인대학 등 복지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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