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코리아]제2부 남을 배려합시다<3>애완견 에티켓

  • 입력 2005년 4월 15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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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2) 씨는 최근 공휴일에 운동을 하러 근처 뒷산에 올라갔다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산 중턱의 공터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던 박 씨 앞에 갑자기 검은색의 커다란 개가 나타나 주위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 평소 개를 두려워하던 그는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흐르면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몇 분 뒤 나타난 개 주인은 박 씨가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고 “안 물어요”라고 한마디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는 개 주인의 태도에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따라가 항의라도 하고 싶었으나 놀란 가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박 씨는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함부로 개를 방치하는 것을 보면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애견협회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15%인 약 700만 명이 집에서 애완견을 키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애견 가게가 4000여 개, 동물병원 2000여 개, 애견미용학원은 100여 개에 이르고 애견유치원 애견출장서비스 애견목욕실 애견장례업체 등까지 등장해 ‘견공(犬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됐다.

그러나 이를 따라가는 시민의식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아파트 등에서는 애완견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일부 애완견 주인들은 개를 데리고 나와 아파트 주변에 용변을 보게 하고 치우지 않는가 하면 개털이 잔뜩 묻은 개담요를 밖에다 탁탁 털어 개털이 다른 층의 창문으로 날아들게 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관리인은 “밤새 짖어대거나 낮에 아파트 문을 박박 긁어대는 강아지들의 소음 때문에 주민들의 불평이 심하다”고 말했다.

애견과 함께 산책할 때는 반드시 개줄로 묶어야 하고 봉투를 가지고 있다가 개똥을 치워야 한다. 이를 어기면 도시공원법에 따라 1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잃어버리는 것에 대비해 개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이름표를 달아주는 것도 좋다.

애완견을 충동구매했다가 가족의 반대로 버려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사전에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에는 매달 버려지는 개가 서울에서만 1000마리가 넘었다.

애완견을 기르려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료비, 예방접종비, 미용비 등으로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다른 사람의 개를 보고 ‘맛있겠다’는 등의 농담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서라벌대 애완동물학과 최지용(崔芝溶) 교수는 “애완견의 수가 점점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애완견을 기르겠다는 인식이 애견문화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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