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맥도널드 50년

  • 입력 2005년 4월 15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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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10대 소녀 애슐리 펠먼 양과 재즐린 브래들리 양은 맥도널드와 소송 중이다. 120kg의 몸무게가 순전히 일주일에 서너 번 먹은 맥도널드 햄버거 때문이라는 거다. “빅맥을 많이 먹으면 비만, 당뇨, 심장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렸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4년 전엔 비만 때문에 사망하는 미국인이 매년 30만 명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담배 소송으로 유명해진 존 밴자프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맥도널드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숱한 비만의 원인 제공자 중에서 맥도널드가 공격 목표가 된 것도 ‘일등 명예’의 멍에일까.

▷1955년 4월 15일 미국 일리노이 주 데스플레인스에서 처음 문을 연 맥도널드는 119개국에 3만1561개 점포를 두고 하루 4800만 명을 먹이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점으로 우뚝 섰다. 각국의 실질 구매력을 비교하는 ‘빅맥 지수’의 기준이고, 저임금 저숙련 노동을 가리키는 맥잡(McJob)이란 단어도 파생시켰다. 맥도널드가 미국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미국의 아이콘이 된 비결은 다름 아닌 혁신이다.

▷창업자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기계 세일즈맨이었다. 기계를 팔러 맥도널드라는 두 형제의 희한한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가 가능성을 발견했다. 포드자동차 공장 조립방식의 햄버거 만들기다. 더 빨리, 더 편하게, 더 싸게, 그리고 더 크게 ‘조립하는’ 맥도널드 햄버거는 미국과 미국인의 특질을 잘 반영한다. 참살이(웰빙) 바람이 부는 요즘엔 샐러드 같은 건강메뉴를 내놓고 스포츠 스타를 등장시켜 “운동하자”고 채근 중이다.

▷맥도널드가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는 데 대해 최고경영자 짐 스키너 씨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제대로 먹고 건강을 챙길 책임은 각자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맥도널드를 제국주의, 반(反)세계화운동의 상징으로 비판하는 이들에게 자문(自問)을 요구하는 역공이다. 맥도널드만큼 세상 변화에 맞춰 끝없이 혁신하고 있는지, 남 탓만 하면서 정상에 설 수 있을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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