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윤종구]‘北인권’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

  • 입력 2005년 4월 15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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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공개 처형, 불법 구금,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 여성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지속적 침해….’

14일 유엔 인권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지적한 북한의 인권 실상이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정부는 그에 대해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처음 채택된 2003년 유엔 인권위 표결엔 불참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기권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유엔 인권위를 통과한 ‘쿠바 인권결의안’과 ‘벨로루시 인권결의안’에는 찬성했다. 두 나라의 인권 상황이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국인 북한보다 열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해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말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북한의 인권 현실을 외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수십 년 전에 자행된 독재정권의 인권 유린 행위를 파헤쳐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칼을 뽑아든 상태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일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일제강점기의 각종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인류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정부가 유독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결국 북한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이 지나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북한을 자극하다 남북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그 같은 고려가 결과적으로 북한의 인권 유린을 방조하는 것은 아닐까.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인도적인 대북 지원을 둘러싼 논쟁이 일자 “훗날 통일이 됐을 때 북한 동포들이 ‘우리가 굶을 때 당신들은 뭘 해줬나’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설득했었다.

그렇다면 훗날 통일이 됐을 때 북한 동포들이 “우리가 비인간적 상황에서 신음할 때 당신들은 뭘 했나”라고 물으면 정부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침묵은 휴머니즘을 저버리는 것이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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