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3色]그리빈의 ‘과학…’ 읽어보세요

  • 입력 2005년 4월 15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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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을 선도하는 국가가 미래를 지배한다느니 유비쿼터스 사회가 도래한다느니, 하며 갈수록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빨라지는데, 왜 우리는 과학에 대해 점점 무심해지는 것일까. 말초적 흥밋거리만 기꺼워하는 대중의 가벼운 심리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현대 과학의 속도가 너무 빨라 (과연 ‘바이오시스템소재공학’이니 ‘나노메카트로닉스’니 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중이 따라가기 숨 가쁜 것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날이 갈수록 깊고 다양하게 쪼개어지는 과학계의 현실에서 각 분야를 두루 섭렵하기에는 뇌 용량의 한계가 있는지라, 결국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대중과학’이라 불리는 다소 말랑한 분야가 차지하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도 어느덧 이런 책들이 제법 많이 등장했다. 때로는 과학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재미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느낌도 적잖이 든다. 일차적 재미와 접근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작 과학책이 가져야 할 자연의 원리에 대한 이해나, 현상의 내부에 존재하는 논리적 법칙들에 대한 발견의 묘미는 찾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과학의 대중화는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도와 과학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지, 그저 친숙하기만 할 뿐 아무 매력도 없는 옆집 아저씨의 위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판타스틱 사이언스’(수 넬슨 외 지음·웅진닷컴)는 흥미롭다. 아예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노리면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를 두 페이지 이상 읽을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서론에서부터 공언하는 뻔뻔함에 비해서는 복제기술을 비롯해 로봇공학, 사이버네틱스,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과학적 이슈와 원리들을 제법 찬찬히 짚어 주고 있으니 말이다. 유머러스한 태도를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잘난 척하는 듯한 저자의 말투를 따라가다 보면 최소한 어디서든 ‘과학문맹’ 취급은 받지 않을 듯하다.

어떤가, 이 정도로는 교양 있는 독자들의 높은 지적 갈증을 해결하는 데는 조금 모자란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과학-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존 그리빈 지음·들녘)은 어떨까.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제법 가슴에 와 닿는 700페이지짜리 묵직한 책에서 그리빈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을 빌려 우리가 왜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명쾌히 정의해 준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이 이뤄 낸 것에 대한 지적 개념을 모르는 한, 누구도 진실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으며 문제의 본질을 판단할 수 없다. 거대한 과학의 세계를 향한 첫 출발은 지적 욕구 충족뿐 아니라 인간 정신의 놀라운 잠재력과 성취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안겨준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 의심이 드는가. 그렇다면 일단 책부터 읽어 보고 난 뒤 찬성이든 반대든 마음껏 표를 던지시길.

이은희 한국과학문화재단 과학저술가·‘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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