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온 생애의 한 순간’…사라지거나 숨는 사람들

  • 입력 2005년 4월 15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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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생애의 한 순간/전상국 지음/337쪽·9500원·문학과지성사

중진작가 전상국(65) 씨가 9년 만에 내놓은 새 작품집. 8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문학평론가 권오룡 씨는 “이번 책에는 떠나거나 사라지거나 숨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고 짚었다.

“‘너브네 아라리’에 나오는 ‘쏘가리 최씨’는 반공포로였다는 사실로 피해를 받을까봐 오지인 장항리로 들어가 숨어 산다. ‘실종’에서는 30년 이상의 세월을 사이에 둔 두 가지 실종이야기가 나온다. ‘온 생애의 한 순간’ ‘플라나리아’ ‘소양강 처녀’ 같은 작품에선 사귀거나 같이 살던 여자가 떠나버린다.”

은둔이나 실종은 현실을 등지는 것. 여러 이유들로 참담한 현실에서 고개 돌린 이들은 어떤 식으로 그 현실과 다시 화해하게 될까? ‘백여 송이 물매화 꽃망울이 앞 다투어 한꺼번에 꽃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가 애타게 기다리던 물매화가 핀 것이다. 등 뒤에서 내 어깨에 올린 그의 손을 느낄 수 있다. 그와 함께 물매화를 보고 있다. 그가 물매화와 나눈 말들이 은밀하고 따스하게 내 안으로 들어온다.’(‘물매화 사랑’에서)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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