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흉년 이대로 가다가는… 대청도 어선 무더기 월선

  • 입력 2005년 4월 15일 0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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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들은 매년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싹쓸이 조업’을 일삼는데 우리는 왜 안 됩니까. 올해도 꽃게가 안 잡히면 우리는 끝장입니다.”

인천 옹진군 대청도 꽃게잡이 어선들이 집단으로 어로한계선(조업제한선)을 이탈해 NLL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다 해군에 적발됐다.

과거 어선 한두 척이 조업구역을 벗어난 적은 있으나 이처럼 선단을 이뤄 어로한계선을 이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민들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다시 어로한계선을 넘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어로한계선 이탈=인천해양경찰서는 대청도 선적 꽃게잡이 어선 19척 가운데 15척이 지난달 21, 23일 두 차례 어로한계선을 넘어 동북쪽으로 1.2∼1.8마일 나가 꽃게잡이 그물을 설치하다 해군함정에 적발됐다고 14일 밝혔다.

해경은 당시 해군이 어선들에 어로한계선 안으로 복귀할 것을 지시했으나 어선들이 불응해 최근 선주들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어로한계선은 남북한 접경지역인 NLL에 가까워 어선의 안전을 위해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어선들이 불법조업을 벌이던 곳은 중국 어선들이 출몰하는 해역이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양국 어민 간 충돌, NLL 침범에 따른 북측과의 충돌 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해군과 함께 엄정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처벌을 감수하고라도”=이번 어선들의 어로한계선 집단이탈은 실수로 빚어진 일이 아니라고 해경은 보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꽃게 조업 개시에 앞서 상당수의 선주가 ‘꽃게를 잡으려면 조업구역을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년간 조업허가 해역에선 꽃게가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 실제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조업을 벌이고 있는 데다 서해안의 오염, 수온 저하현상 등으로 인해 2003년부터 꽃게가 거의 자취를 감춘 실정이다. 대청도 꽃게어선 선단장인 손수범(34) 씨는 “당국이 계속 조업구역 내에서의 어로활동만을 강요할 경우 모든 꽃게잡이 어선을 동원해 어로한계선은 물론 NLL을 넘어 조업하겠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몇 년째 계속되는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을 차단할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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