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동북아 균형자론은 불명확한 길”

  • 입력 2005년 4월 15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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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열(李文烈·사진) 씨가 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한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회의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씨는 14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관악초청강좌에서 ‘변경이냐 주변이냐’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잘되면 좋겠지만 명확하지 않은 길”이라며 “이보다는 세계 질서 재편에 따른 확실한 노선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강연에서 “경제는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따르고 정치는 진보세력을 따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라며 “이처럼 서로 다른 정책과 노선은 혼란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소련이 망한 뒤 세계는 미국을 정점으로 단일한 질서를 만드는 듯했지만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나 이슬람 세력의 부상으로 세계는 또다시 ‘지역성’에 따라 세력이 둘 이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하나의 (세력) 중심에 편입되거나, 그 중심에서 이탈하거나, 또 다른 중심으로 소속을 변경하는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빨리 택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한편 이 씨는 친일 청산 문제와 관련해 “내가 한일합방은 합법이라고 했다거나 친일 문제에는 관대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내가 제시하는 친일 청산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일본인에게 배우고 자란 이들에게 독립운동 하지 않았다고 다그치는 것은 억울한 일일 것”이라며 “자신도 그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말하는 신중함”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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