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구를 위한 對北 인권결의안 기권인가

  • 입력 2005년 4월 14일 21시 13분


코멘트
정부는 왜 제네바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對北) 인권결의안 표결에 또 기권인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45개국이 공동 발의한 이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인권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며 유엔의 관련 기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에 화해·협력의 질서를 구축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기권 이유를 밝혔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작년에도 정부는 같은 이유로 기권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 핵문제는 더 악화돼 해결 기미조차 안 보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함으로써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된 미국과의 관계가 특히 걱정이다. 미국은 이미 “인권도 6자회담의 포괄적인 의제의 하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인권을 놓고 이렇게 계속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원활한 한미(韓美)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와의 관계도 문제다. 일본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대북 인권결의에 적극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당사국이다. 이번 일로 우리 정부는 미일(美日) 축에서 벗어나 남북 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를 또 들어야 할지 모른다.

인권은 국가와 체제를 떠나 인류 보편의 가치다. 남북 화해도 결국 북한 주민들이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고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해 언제까지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