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총장 ‘유엔 인권위 개혁안’ 내놔

  • 입력 2005년 4월 1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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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는 요즘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확대’ 문제가 이슈지만 유엔 인권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인권위 개혁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인권위를 상설 인권이사회로 격상시키고 이사국 선출 요건도 강화하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개혁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중국 러시아와 개발도상국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인권위 개혁안 배경=안보리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부딪치는 아난 총장과 미국이 인권위 문제에서는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이유는 “대표적 인권 탄압국들이 인권위 위원국으로 활동하는 ‘코미디’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

미국은 4년 전 인권위의 2002∼2004년 임기 위원국을 뽑는 서유럽 지역 선거에서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에 밀려 낙선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1947년 인권위 창설을 주도했던 미국의 사상 첫 탈락이었다. 반면에 아프리카의 대표적 군사독재국가인 수단은 지역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주요 국가가 많은 서유럽이나 아시아 지역은 ‘인권위원국 입성’ 경쟁이 치열하지만 아프리카는 사전 담합을 통해 당선 국가를 미리 정해 놓기 때문이다.

▽인권보다는 국익?=지난해 인권위는 인권 탄압 국가들 중 북한 같은 비(非)위원국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인권 개선 ‘결의안(Resolution)’을 채택했다. 그러나 인권위원국인 수단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그보다 약한 ‘결정안(Decision)’이 의결됐다.

전문가들은 “결의안이 ‘너희들 똑바로 안 할래’라는 수준이라면 결정안은 ‘잘 좀 해보시죠’ 같은 것”이라며 “수단이 이런 ‘국익’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폭정의 거점’으로 지목한 짐바브웨가 현재 위원국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 러시아나 개도국들이 인권위 개혁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인권 문제를 국익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수단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이 매년 ‘쿠바 인권 결의안’을 인권위에 상정하는 것도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 지식인 4000여 명이 미국의 쿠바 결의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 같은 중진국들은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국 편을 일방적으로 들 경우 차기 인권위원국 선거 때 개도국의 표심을 얻기 어려워 요즘 말을 아끼고 있다. 역시 국익 때문이다.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53개국)의 인권 관련 지표
지역나라HDI(★)순위자유(★★)수준
카(15)부르키나파소170
콩고144
이집트120×
에리트레아156×
에티오피아175
가봉122
기니160×
케냐

모리타니152×
나이지리아151
남아프리카공화국119
수단139×
스와질란드137×
토고143×
짐바브웨147×
(11)아르헨티나34
브라질72
코스타리카45
쿠바52×
도미니카공화국98
에콰도르100
과테말라121
온두라스115
멕시코53
파라과이89
페루85
지역나라HDI순위자유수준
(5)아르메니아82
헝가리38
루마니아69
러시아57×
우크라이나70
(10)호주3
캐나다4
핀란드13
프랑스16
독일19
아일랜드10
이탈리아21
네덜란드5
영국12
미국8
(12)부탄134×
중국94×
인도127
인도네시아111
일본9
말레이시아59
네팔140
파키스탄147×
카타르47×
한국28
사우디아라비아72×
스리랑카96
★인간개발지수(HDI·Human Development Index) 2004년 총 177개국 가운데 국가별 순위. 유엔개발계획(UNDP)이 해마다 발표하는 일종의 삶의 질 지수. 인권 수준을 보여 주는 간접적 지수로 활용된다.
★★인권감시관찰기구인 프리덤하우스의 2005년 자료. 각 국의 정치적 시민적 자유 수준을 평가해 자유(○) 부분적 자유(△) 자유롭지 못함(X)으로 분류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자료조사=김아연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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