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해야하나?…신변발언 난무, 의혹확인 역부족

  • 입력 2005년 4월 1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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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이 갈수록 맥 빠지면서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 개인의 정견 발표나 웅변으로 점철되고 있다. 부실 질문은 다반사고 종종 농담 주고받기도 벌어진다. 지역구 민원을 질문에 포함시키는 ‘고질병’은 여전하다. 답변하는 장관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다.

▽“자전거로 디스크 고쳤다”=13일 오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열린우리당 박찬석(朴贊石) 의원은 질문시간 전체를 자전거 타기 홍보에 썼다. 박 의원은 “내가 자전거 탄 뒤 디스크를 고쳤다. 의원님들이 자전거를 타면 다 한 대씩 사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회 자전거타기추진위원장이다.

14일 같은 당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교육사회문화 분야 질문에서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과 정치인 사면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돌연 “장관이 사면을 건의하면 ‘거시기’하느냐”고 말해 국회 본회의장에는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김영숙(金英淑) 의원은 1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질문에서 정부가 최근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지원된 사업비 208억 원 중 170억 원을 회수하기로 한 데 대해 “배경이 뭐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기념관 건설 추진이 안돼 회수했다”고 대답하자 이내 “사업회 측의 계획이 잘 세워지기 바란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정확한 상황 파악 없이 질문을 던졌다가 ‘의외의 반격’을 받고 어색한 입장이 된 것.

한나라당은 뒤늦게 자료 등을 재점검해 “기념관 건설 추진이 중단된 것 자체가 정부가 약속한 돈을 지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 뒤였다.

▽“최소한의 정보도 없다”=대정부질문이 이처럼 긴장도가 떨어진 것은 한나라당의 정보 부실 탓이 크다. 당내에서 유전개발 의혹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최근 “국정 운영 전반을 알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도 당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당내 대표적 정보통으로 꼽히는 정형근(鄭亨根) 의원도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국가정보원과 검찰에서 얻는 정보가 서서히 끊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대정부질문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가 상시로 열리는 만큼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질문할 수 있어 굳이 별도의 대정부질문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숭실대 강원택(康元澤·정치학) 교수는 “필요할 때만 대정부질문을 하거나, 대정부질문을 사실상 폐지하고 특정 현안에 집중한 긴급현안질의를 자주 활용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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