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길이따라 병도 달라요

  • 입력 2005년 4월 1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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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라는 말은 일반인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자식이 부모로부터 체형은 물론 질병까지 물려받는 것이 바로 유전자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간의 유전자 수는 3만여 개. 그런데 동일한 유전자라 해도 신체 부위에 따라 길이가 다르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길이의 차이’가 난치병을 치료하는 신약개발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가 담긴 엑손(exon), 그리고 엑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인트론(intron)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한 가지 유전자는 여러 개의 엑손과 인트론을 갖고 있는데 유전자가 작동을 시작할 때 인트론은 떨어져나가고 엑손끼리 결합한다. 흥미롭게도 신체 조직에 따라 결합하는 양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통증과 관련된 콕스(cox)라는 유전자는 엑손 수가 적어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콕스1과 엑손이 많은 콕스3 등이 있다. 콕스1은 몸 전체 세포에 존재하는 반면 콕스3는 뇌에서만 발견된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해 두통을 없애는 약이 개발돼 왔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는 콕스3에만 결합한다.

최근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이상혁 교수팀은 수학 알고리즘을 적용해 유전자의 길이를 단번에 알아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조직을 직접 떼어내 유전자의 길이를 일일이 분석해야 했다”며 “이번 프로그램에 특정 유전자를 입력하면 조직별로 유전자의 길이가 자동으로 예측돼 신약개발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적 게놈 연구기관인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게놈센터에 국내 최초로 등록됐으며 과학전문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1일자에 소개됐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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