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도 사람 차별?

  • 입력 2005년 4월 14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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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모(34) 씨는 최근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한 은행을 찾았다가 상담직원과 싸울 뻔했다.

은행 광고 전단지에는 '대출금리 최저 연 4.75%'라고 쓰여 있었지만 이것저것 물어보던 직원이 계산기를 두드려본 뒤 "고객님은 연 5.3%로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한 것.

근저당권 설정비와 인지세 등을 은행이 부담해야 하고 우량고객이 아니기 때문에 할인혜택도 못 받는다는 이유였다.

"4.75%는 뭐냐"고 따지자 "'최저금리'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국민 우리 하나 신한 한국씨티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4일 현재 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연 4.75~5.07%이지만 본보 조사결과 실제 대출을 받으려면 금리는 보통 연 5%대 중반에서 6%대까지도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갖가지 이유로 은행별로 많으면 0.6~1.25%포인트의 '차등금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연봉 4000만 원인 30대 직장인이 서울 강북의 35평형 아파트를 사기 위해 5대 시중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받으려면 금리는 최대 5.47~6.2%로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E은행은 최저금리가 4.95%이지만 '베스트 고객'이라도 이 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초기 6개월 뿐이다. 6개월 뒤 대출금리는 최고 연 6.2%까지 올라가 최저금리와 1.25%포인트 차이가 난다. 대출금액이 1억 원이며 1년에 125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한다는 얘기다.

소득이 없어도 불이익을 받는다. 일부 은행은 대출자가 소득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0.2~0.25%포인트 금리를 올리고 있어 최저수준이 30대 직장인보다 0.2%포인트 높다.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이자를 꼬박꼬박 갚을 능력이 있는 50대 퇴직자가 서울 강북에 35평형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1억 원을 대출받으려면 금리는 최대 5.67~6.2%로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금리는 기본금리+차등금리'=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금리나 은행 자체 내부 고시금리인 기본금리에 차등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차등금리는 은행에서 고객별로 대출기간, 근저당권 설정비 조건 등 부가조건에 따라 차이를 두는 금리.

예컨대 '소득자료 미 제출 시 0.2%포인트 추가', '설정비 은행부담 시 0.1%포인트 추가', '부채비율 250% 초과 시 0.2% 포인트 추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은행 관계자들은 "최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5%도 안된다"고 말한다. 최대한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차등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또 자신에게 해당되는 부가 금리 요인이 적은 은행을 선택해야 한다.

예금 가입고객에게 금리를 할인해 주는 은행, 신용평가만 통과하면 부가 조건이 많지 않은 은행, 두 자녀 이상이면 할인되는 은행 등 은행별 차등금리 조건을 잘 따져 보고 대출을 받아야 한다. 우량고객들에게는 최고 0.4% 포인트까지 금리를 감면해 주는 은행도 있다.

▽최저금리는 미끼?=일부 은행들은 대출 초기 6개월까지만 한시적으로 금리를 0.25~0.4%포인트 할인해주는 '미끼'를 쓰기도 한다. 은행들의 최저금리는 이 미끼금리를 반영한 것이다.

은행 광고에 나오는 최저금리만 보고 대출을 받으려 하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인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기본금리가 낮으면 차등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해 금리를 높이고 기본금리가 높으면 차등금리 조건을 느슨하게 만든다"며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다보면 0.5%포인트는 쉽게 오른다"고 말했다.

경실련 김한기(金漢基) 정책실 국장은 "은행들은 대출할 때 적용되는 내용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으며 대출자도 최저금리만 보고 은행을 고르기보다 차등금리 조건을 꼼꼼히 따져본 뒤 자신에게 맞는 은행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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