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조선족소녀 수술비 모자라 …직접 모금 나서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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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담당할 조재림 한양대병원장(오른쪽)과 아들 조우진 씨가 김려 양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양은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다. 권주훈 기자
수술을 담당할 조재림 한양대병원장(오른쪽)과 아들 조우진 씨가 김려 양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양은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다. 권주훈 기자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입원 사흘째를 맞는 조선족 김려(金麗·10) 양의 얼굴이 밝다. 체구가 6, 7세로 보일 뿐 병색은 읽을 수 없다. 그러나 김 양의 고모 김선자(金善子·40) 씨는 울고 싶다. 빨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조카가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 양의 병명은 선천성척추측만증. 척추가 ‘S’자로 휘는 병이다.

김 양이 두 살 정도 됐을 무렵 우연히 등에 혹이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의사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먹고살기도 힘든 궁핍한 살림살이에 그냥 병원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나서면서 김 씨는 눈물을 흘렸다. 김 양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겠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김 양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노름에 빠진 남편이 싫다고 엄마가 먼저 가출했다. 아빠 역시 끝내 노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딸이 두 살 되던 해 사라져버렸다.

친구들이 “등이 휜 아이”라며 놀릴 때면 울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이 달리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같이 어울릴 수 없는 마음은 상처를 받았다. 폐 기능도 떨어져 10분도 서 있을 수 없었다.

2002년 한양대 의료봉사팀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한 조선족 마을에 갔다가 김 양의 딱한 사연을 처음 접했다. ‘어떻게든 수술을 해주고 싶다’는 병원 측의 제의만 믿고 김 양은 고모의 손을 잡고 3월 초 한국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척수신경을 뺀 나머지 뼈와 디스크, 인대를 모두 제거한 뒤 척추를 재건하는 어려운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수술비는 무려 3000만 원. 병원 측에서 300만 원을 부담하고 정형외과 의사들이 현재 모금 중이지만 턱없이 모자란 상황. 게다가 김 씨의 비자는 이달 26일 만료된다.

김 양은 이날 가수 장윤정의 노래 ‘어머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수술이 성공하면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싶다”며 웃었다. 02-2293-1563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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