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서 떠들다 밖에선 침묵…‘선택적 함구증’을 아시나요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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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가 낯을 붉히지도, 노래를 따라 부르지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아요.”

미국 애틀랜타 주에 사는 에밀리 스탠리(5) 양의 어머니는 딸의 입학 2주 만에 유치원 측에서 전화로 알려온 내용을 잊을 수가 없다. 집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딸아이가 집 문만 나서면 보이는 이상증세를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

에밀리 양은 유아원 때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집에서만큼은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에밀리 양의 증상은 주변과의 공감 없이 자기세계에만 몰두하는 자폐증과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에밀리 양처럼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어린이가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소아정신학회저널에 따르면 과거 1000명당 1명꼴이던 환자 수가 2002년에는 1000명당 7명으로 늘었다는 것.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아이는 상황에 따라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고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이에 따라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완전히 차단하는 ‘자기 보호’에 들어간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부끄럼을 많이 탄다고 보거나 자폐증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7세 때 약간 심한 선택적 함구증을 보이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평생 이 증세로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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