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 日왕세자비 우울증에 갇혔다…자살시도說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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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너(죄수)가 된 프린세스(왕세자비).’ 요즘 일본 언론은 왕실에 갇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마사코 왕세자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프리즈너(죄수)가 된 프린세스(왕세자비).’ 요즘 일본 언론은 왕실에 갇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마사코 왕세자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왕세자비가 또 한번 무너질 경우 이는 ‘마지막’을 의미할 수도 있다.”

마사코(雅子·42) 일본 왕세자비가 정신질환의 악화로 자살 시도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고 독일 공영방송 ARD가 12일 보도했다.

왕세자비의 친구들을 상대로 수개월 동안 탐사 취재를 벌여 온 ARD방송은 “1년 반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온 마사코 왕세자비의 병세가 장기간 먹지도 자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여러 번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마사코 왕세자비의 우울증에 대한 추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나돌았으나 자살 위험성까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세자비 우울증의 원인은 왕위를 계승할 손자를 바라는 시부모와의 갈등. 시부모인 아키히토(明仁) 일본 국왕 부부는 세 살짜리 딸 하나만 두고 있는 며느리에게 “아들을 낳으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왕세자비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아들을 낳을 수 없는 데다 설사 아들을 낳을 수 있어도 시부모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것.

5개 국어에 능통한 자신의 경력을 살려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하는 것이 왕세자비의 희망이라고 ARD방송은 전했다.

왕세자비 친구들은 “마사코가 일왕 부부에게 수차례 대외활동 의지를 전했지만 묵살되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일왕 부부는 측근들에게 “미국식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일본 왕실의 대를 이어야 할 의무를 전혀 모른다”면서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ARD방송은 전했다.

갈등과 불신이 깊어지자 일왕 부부는 왕세자비의 해외여행을 불허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활동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왕세자비는 올해 초 왕실 신년축하 행사와 3월 노리노미야(紀宮) 공주의 약혼식 때 잠깐 참석했을 뿐 거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는 “왕실에 왕세자비의 능력과 인격을 부정하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왕세자비에 대한 왕실 안팎의 ‘견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일본 여성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여성 국왕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왕세자비의 친구들은 “마사코가 궁전 장벽 뒤로 사라지고 있다”면서 “왕실의 의무도 중요하지만 우선 심각한 우울증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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