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약탈당한 고대유물 되찾자”…英-佛-美에 요청키로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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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민들이 약탈당한 국보급 유물에 대한 범국민적 반환운동에 나섰다.

중국 문화계와 기업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해외유실문물 긴급구조기금회’ 지도부는 12일 모임을 갖고 “중국의 문화유산을 약탈해 간 나라들은 자신을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중국 인민들은 이들 유물이 돌아올 때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칭녠(北京靑年)보는 이날 “정부 차원에서의 유물 반환 움직임은 1980년대부터 있었으나 민간 차원의 대규모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 내 민족주의 부활 기류와 정치 경제적 자신감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환 대상은=1840년 아편전쟁부터 1949년 공산중국 성립 전까지 100여 년간 전쟁이나 도굴 등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국보급 유물들을 우선반환대상으로 삼았다.

전쟁 약탈 유물로는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당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베이징(北京)의 위안밍위안(圓明園·청나라의 황실정원)에서 가져간 것이 대표적. 서진(西晉·265∼316)의 화가 장화(張華)가 궁정의 부녀자들이 지켜야 할 도덕규범을 그린 ‘여사잠도(女史箴圖)’가 당시 영국군에 약탈당해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도굴이나 절취 유물로는 허난(河南) 성 룽먼(龍門) 석굴의 제후예불도(帝候禮佛圖), 산시(陝西) 성 리취안(禮泉)의 ‘소릉이준(昭陵二駿)’, 베이징 즈화(智化)사의 ‘장식무늬 조정(藻井)’, 산시성 둔황(敦煌) 석굴에서 벗겨낸 벽화 등이 꼽힌다.

북위(北魏·386∼534) 때 부조(浮彫)된 제후예불도는 1930년대 중국인들이 동굴에서 절단해 미국 골동품상에 팔았으며 현재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예술박물관에 있다. 또 당 태종이 말을 탄 모습을 조각한 ‘소릉이준’은 1910년대 도굴꾼에 의해 미국 골동품상에 팔려 현재 미 펜실베이니아대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향후 계획=기금회 측은 우선 전쟁이나 도굴로 약탈당한 것이 확실한 유물에 대해서는 해당국 정부나 박물관 측에 반환을 요청하는 공식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장융녠(張永年) 기금회 주임은 “유네스코 통계에 따르면 현재 47개국 200여 개 박물관에 167만 건의 중국 문물이 소장돼 있으며 민간인이 갖고 있는 유물은 이 숫자의 10배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물 중에는 고대 무역 등 정상적 방법으로 해외에 나간 것도 있지만 대부분 약탈이나 도굴로 흘러나간 것”이라면서 “앞으로 불법 경로나 빠져나간 문물의 정확한 수와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기금회 측은 전쟁 당시 약탈해 간 유물의 경우 해당국 정부에 반환을 요청하고 민간이 소장한 유물은 증정이나 구매 방식으로 돌려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고대 유물의 반환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적 갈등의 소지도 있다.

왕웨이밍(王維明) 기금회 간사는 “약탈당한 중국 유물들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하며 해당국 정부도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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