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정치적 논란부른 MBC‘제5공화국’연출 임태우 PD

  • 입력 2005년 4월 1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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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는 일절 국내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13일 오후 2시 반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의 MBC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의 촬영 현장. 1980년 4월 14일 전두환(이덕화)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맡으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5공화국’은 23일부터 토·일요일 오후 9시 45분에 방영돼 KBS1 ‘불멸의 이순신’, SBS ‘토지’와 맞대결을 펼친다. 현장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큐”를 외치던 임태우(사진) PD를 만났다.

―왜 지금 5공화국을 다루나.

드라마 ‘제5공화국’의 한장면

”‘제5공화국’은 3년 전부터 준비한 드라마다. 나도 86학번(서울대 국문과)으로 5공시대를 잘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됐다. 20년밖에 안 됐지만 시청자들에게 일목요연하게 5공을 정리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5공시절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다.”

―사실에 충실하겠다고 하지만 5공 인사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시작 전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많은 자료와 재판기록 등을 통해 사실 그대로를 다룬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비어 있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밀담을 나누는 장면에서 실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후 정황이나 객관적 자료를 통해 개연성이 충분한 대사를 만들었다.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 없는 얘기를 만들어 넣지는 않을 것이다. 5공 인사들의 항의를 압력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에게 오류가 있다면 정정하겠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해석이나 정치적 견해의 차이까지 인정해 줄 수는 없다.”

―MBC ‘영웅시대’는 많은 정치적 논란을 빚고 조기 종영했는데….

“‘영웅시대’는 사실을 채용한 픽션이고 ‘제5공화국’은 사실에 충실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출발이 다르다. 당시 인물 중 현재 정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최대한 배제시켰다.”

―12·12쿠데타나 5·18민주화운동 등 굵직한 사건들을 어떻게 다룰 예정인가.

“초반 9부까지는 10·26사건과 12·12사태를 촘촘하게 다룬다. 5·18은 10회부터 13회까지 4회 동안 다룬다. 그동안 광주의 시각에서 5·18을 다뤘다면 ‘제5공화국’에선 신군부의 입장에서 다룬다. 5·18을 냉정하게 차갑게 보자는 뜻이다. 이어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사건, 명성사건, 소련의 KAL기 피격, 아웅산 폭발사건, 서울 미 문화원 점거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금강산 댐 파문, 박종철 고문치사, 6·29선언 등을 40부작으로 다룬다.”

―1회 대본을 보면 5공에 대해 ‘출발부터 잘못된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5공을 바라보는 제작진의 시각인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5공의 싹이 텄고 쿠데타를 통해 집권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그려낼 것이다. 그러면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5공에 대해 사법적 도덕적 단죄는 끝났지만 정치적 단죄는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독재자에 대한 향수나 극우 논리에 대한 동경, 경제성장 신화 등이 사라져야 정치적으로도 단죄하게 되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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