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난해 대손충당금 최고 4배 늘어

  • 입력 2005년 4월 13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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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분산될까봐 한 은행만 이용합니다. 올여름에는 포인트를 돈으로 돌려받아 여행을 갈 계획이에요.”

경기 부천시 상동에 사는 회사원 조모(32·여) 씨는 ‘포인트 부자’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결제하거나 예금을 할 때마다 은행에 포인트가 쌓인 덕분. 최근 2년간 누적된 포인트를 돈으로 환산하면 37만5000원에 이른다.

은행들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포인트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서 고객들의 포인트가 쌓이고 있다.

포인트는 고객이 언젠가 사용할 돈이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국민은행 카드영업추진팀 김덕홍(金德弘) 차장은 “포인트 충당금은 고객을 붙잡아 두기 위한 일종의 비용”이라며 “부담은 되지만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커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인트는 ‘미래의 부채’=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침체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액은 줄었으나 은행권의 포인트 충당금은 대폭 늘었다. 고객 보호 차원에서 충당금 적립비율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민은행의 포인트 누적금액은 약 1180억 원. 이에 대한 충당금은 806억 원으로 전년(379억 원)보다 2배로 증가했다.

금융지주회사들의 충당금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 멤버스 포인트’ 충당금은 2003년 20억 원에서 지난해 85억 원으로 늘었다. ‘올 플러스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신한금융지주 역시 62억 원에서 103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주회사 소속 금융회사를 적극 활용해 카드 이용 실적뿐만 아니라 대출, 예금, 인터넷뱅킹, 급여이체, 환전, 증권거래 등에도 포인트를 줬기 때문이다.

▽포인트 고객이 ‘알짜 고객’=외환카드는 지난해 고객들이 포인트를 연중 수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쇼핑몰 형태의 ‘포인트 클럽’을 개설했다. 종전에는 1년에 2차례의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초 외부 컨설팅을 통해 포인트를 적극 사용하는 고객이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3배나 많고 순익에 2배 정도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를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인트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이벤트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고객 이탈을 막으면서 충당금 부담을 덜고 은행 수익을 올리는 3가지 효과를 위한 것.

우리은행은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자 고객의 포인트를 ‘독도 지킴이 기금’에 기부할 수 있도록 전국 영업점에서 기금출연 접수를 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강원 산불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이달 말까지 KB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포인트를 성금으로 받는 행사를 진행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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