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Miss 조승우… 록 뮤지컬 ‘헤드윅’ 개막 하던날

  • 입력 2005년 4월 13일 0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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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록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로 변신해 코믹하고 경쾌한 연기를 선보인 조승우(위). 공연 전날 4명의 헤드윅이 사진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다현, 조승우, 송용진, 오만석. 신원건 기자
12일 록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로 변신해 코믹하고 경쾌한 연기를 선보인 조승우(위). 공연 전날 4명의 헤드윅이 사진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다현, 조승우, 송용진, 오만석. 신원건 기자

순수한 자폐청년 초원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뇌하는 지킬 박사도, 악의 화신인 하이드도….

무대 위에는 오직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만 존재할 뿐이었다.

12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막을 올린 록 뮤지컬 ‘헤드윅’의 첫날 공연에서 조승우는 영화 ‘말아톤’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버린 채 또다시 카멜레온과 같은 변신에 성공해 290석의 소극장을 꽉 메운 관객을 열광케 했다.

●조승우의, 조승우를 위한, 조승우에 의한…

“관객 여러분이 좋아하거나 말거나 소개합니다, 헤드윅∼.”

공연이 시작되자 헤드윅의 극중 밴드인 ‘앵그리 인치’가 ‘아메리카 뷰티풀’을 연주하며 헤드윅을 소개했다.

커다란 금발 가발, 반짝이는 푸른색 아이섀도, 빨간 립스틱, 봉긋한 가슴, 7cm 굽의 붉은색 부츠….

객석 뒤편에서 여장을 한 조승우가 모습을 보이는 순간, “와∼”하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비트의 첫 곡 ‘부술 테면 부숴봐’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즉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컨트리풍의 곡 ‘슈거 대디’를 부르면서 조승우가 무대에서 내려가 관객들의 무릎에 앉거나 허리를 돌리는 등 자극적인 포즈를 취하자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는 커졌고 ‘상자 안의 가발’을 부를 때는 관객들이 후렴구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100분간의 웃음, 10분간의 감동

미군 병사의 아내가 되어 자유의 나라 미국에 가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여자 ‘헤드윅’이 된 동독 소년 한셀. 수술이 잘못돼 1인치 살점으로 남아버린 ‘남성’의 흔적.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 록 스타 토미와의 사랑과 배신의 아픔.

“나는 우느니 웃는 걸 택했습니다”라는 극중 대사처럼 이 뮤지컬은 트랜스젠더의 슬픈 이야기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극의 90%를 노래와 독백으로 끌고 가야 하는 조승우는 여성스러운 말투와 애드리브, 코믹한 표정으로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 내며 완전히 관객을 장악했다.

극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코믹한 웃음이 감동으로 바뀌는 것은 마지막 10분.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헤드윅은 가발과 입고 있던 드레스도 벗어던진다. 이어 브래지어마저 벗어던진 그는 가슴 대신 브래지어를 채웠던 토마토를 몸에 이겨 버린 뒤 무대를 고통스럽게 뒹군다.

반나체인 조승우가 ‘위키드 리틀 타운’을 끝낸 순간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마지막 곡 ‘미드나이트 라디오’를 부를 때 관객은 “손을 흔들어”라는 가사에 맞춰 콘서트장처럼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댔다.

●다시 이어지는 기립박수의 신화

2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끝나고, 마침내 커튼콜. 밴드와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 역을 맡은 배우가 무대 인사를 한 뒤 조승우가 객석에서 무대로 걸어 나오자 소극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로 가득 차며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시작된 ‘전회 전원 기립박수’의 신화가 또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조승우는 인사와 함께 답례로 ‘사랑의 기원’ ‘상자 속의 가발’ ‘부술 테면 부숴봐’ 등 3곡을 앙코르 요청에 따라 부른 뒤 특유의 미소와 함께 한마디를 남기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I’ll Be Back! 또 만나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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