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7년 타이거 우즈 마스터스 첫 우승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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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널드는 신(神)이었다. 나는 신에 맞서는 골칫덩어리일 뿐. 내가 잘하면 잘할수록 사람들은 나를 미워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게 내가 더욱 강해진 비결이긴 했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 중 한 명인 잭 니클로스는 ‘만년 2인자’의 한(恨)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메이저대회 18승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늘 10세 연상인 아널드 파머의 몫. 그는 파머의 그림자 속에서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천하의 니클로스조차 지존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는 자신의 한평생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달랐다. 프로무대에 첫선을 보인 게 1996년 9월이니 불과 7개월이 지난 1997년 4월 13일. 역사는 이날 새로운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다섯 살 때 처음 버디를 했고 1991년부터 전미주니어아마추어 3연패, 1994년부터 전미아마추어챔피언십 3연패를 이룬 타이거 우즈. 데뷔 첫해 단 2개월만 뛰고도 신인왕에 올랐고 사상 최단인 9개 대회 만에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했던 그는 이날 최고 권위의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각종 기록을 양산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8언더파 270타를 쳐 대회 최저 타수이자 최다 타수차(12타) 우승, 사상 최연소(21세 3개월 14일)이자 흑인 첫 메이저대회 우승, 전년도 챔피언 닉 팔도와의 1라운드에서 전반 40타를 쳤지만 후반 30타를 쳐 9홀 최저타 기록 등을 한꺼번에 갈아 치웠다.

사람들은 빨간 셔츠를 입고 포효하는 호랑이의 카리스마에 전율을 느꼈다. 정작 우즈 본인은 “어머니가 빨간색엔 행운이 깃든다고 해서 미신인 줄 알면서도 입는다”고 했지만 같은 조에서 라운딩하는 동료 선수들은 빨간색만 보고도 주눅이 들었다.

결국 우즈는 이 대회 우승을 신호탄으로 이듬해 초 그레그 노먼이 331주 동안 지켜 온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고 2001년에는 마스터스를 두 번째 품에 안으며 전년도부터 이어 온 4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이란 ‘타이거 슬램’을 작성한다.

2002년 2연패에 이어 11일 끝난 2005년 대회도 제패해 마스터스에서만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이룬 우즈. 파머가 아닌 니클로스를 우상으로 꼽는 그가 6회 우승한 니클로스를 따라잡을 날도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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