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한 원자바오…일본은 역사를 직시하라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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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2일 최근 중국 지도부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비난하고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등 중국 정부의 일본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역사를 직시하라”=원 총리는 이날 귀국에 앞서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침략전쟁(제2차 세계대전)은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세계 인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다”며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역사를 존중하고 과거에 책임지는 국가만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대해서도 일본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일본이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 주길 원한다”면서 일본의 중국 정부에 대한 중국 내 반일시위 억제 요구를 일축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자세는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한 외교적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중국 내부의 반일시위 확산을 잠재우려는 다목적용으로 풀이된다.

▽중국, 왜 강하게 나오나=중국 정부의 대일 강경 태도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부쩍 강해진 중국의 자신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중국 본토에서 시작된 반일시위의 불길은 이제 홍콩 등 해외로까지 옮겨 붙고 있다. 홍콩의 교육단체, 학생, 재야단체들은 12일 일제히 반일 연대시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이렇게 국내의 반일시위를 묵인하고 해외 화교들의 움직임까지 조장하는 것은 일본에 더 이상 꿀릴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일본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날 일본 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내 중국인들도 일본인들에 의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행동에 나서자 국제사회도 즉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 언론은 중국의 반일시위를 일제히 주요 기사로 다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리는 일본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망=11일 이후 중국의 반일시위는 한풀 꺾였지만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일시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반일시위의 확산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학생들이 앞장서고 있는 이번 시위가 반일을 넘어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일본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제는 정부에 맡기고 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의사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이를 두고 “중국 정부는 젊은이들의 반일감정에 대해 당분간 ‘어정쩡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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