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러 유전 개발’ 특감 발표]여전히 남는 의문점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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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결과 발표감사원 유영진 특별조사국장(오른쪽)은 12일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투자 의혹사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의혹이 말끔히 풀리지 않아 부실감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변영욱 기자
특감결과 발표
감사원 유영진 특별조사국장(오른쪽)은 12일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 투자 의혹사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의혹이 말끔히 풀리지 않아 부실감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변영욱 기자
12일 발표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원 특감 결과는 철도청의 참여 배경과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의 개입 여부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문 부호’를 남겼다.

철도청 간부 등의 진술만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반쪽짜리’ 감사라는 지적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광재 의원 개입 여부=감사원은 “이 의원의 연루 의혹은 없다”고 발표했다. 전대월(全大月·43) 하이앤드 사장이 찾아와 유전사업 지원을 요청하자 평소 알고 지내던 허문석(許文錫·지질학 박사) 한국크루드오일(KCO) 대표의 전화 연락처를 주고 만나보라고 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김세호(金世浩) 당시 철도청장이나 신광순(申光淳) 차장이 “이 의원으로부터 유전사업을 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고 이 의원도 11일 감사원 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다만 감사원은 관련자들이 이 의원을 팔고 다녔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허 씨가 “이 사업은 이 의원이 추천한 것이며 사업 참여 시 북한의 예성강 임진강 모래채취사업을 철도청에 주겠다”고 철도청 왕영용(王煐龍) 사업개발본부장에게 제안했다는 것.

그러나 이는 철도청 간부들만의 진술일 뿐이다. 허 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오지 않아 조사를 못했고 애초 이 사업을 이 의원에게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던 전 씨는 도피 중이어서 한차례의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3월 31일 허 씨를 불러 1시간가량 조사했으나 허 씨가 “인도네시아의 지진해일로 상황이 복잡하다. 내일 오겠다”고 해 그냥 돌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허 씨는 4월 4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사례비만 120억 원?=감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철도청이 사업을 제의한 전 씨에게 처음부터 사례비 12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이다.

왕 본부장은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 씨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전 씨 등과 합작해 설립한 KCO 지분(42%)을 액면가 5000원의 20배로 매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그러나 철도청이 왜 전 씨에게 정확한 내용이나 지급 필요성에 대한 검토 없이 120억 원의 사례금을 지급하려 했는지, 또 전 씨는 왜 도중에 손해를 감수한 채 주식 대금만 챙기려 했는지는 의문이다.

또 왕 본부장은 “전 씨로부터 사례비 요구를 받고 당시 김 청장과 신 차장에게 구두(口頭) 보고를 해서 동의를 얻었다”고 진술했으나 김 청장과 신 차장은 이를 부인해 진술이 엇갈렸다.

감사원은 “지나치게 왕 본부장의 진술에만 의존한 것 아니냐. 이 의원이나 철도청의 다른 간부들과의 대질은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질은 안 했지만 철저히 진술을 비교했다”고 해명했다.

▽속전속결 사업 참여 이유는=철도청이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면 철도청 차장 주재의 심의 회의를 거쳐 청장의 최종 결재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철도청은 단 한차례의 정책심의회의도 없이 지난해 8월 12일 당시 신 차장 주재의 본부장급 회의에서 사업 참여를 결정했고 같은 달 16일 차장 전결로 참여 방침을 확정했다.

전 씨 등이 8월 18일 페트로사흐 인수 계약차 출국하기 전에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심의회의를 열 시간이 없었다는 게 왕 본부장의 진술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서둘러 계약에 매달렸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신 차장과 왕 본부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사업 참여를 결정한 회의 내용을 김 청장에게 구두 보고했고 구두 승낙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김 청장은 이를 부인했다.

▽석연찮은 대출 과정=유전업체를 인수하려면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먼저 전문기관을 통해 자산 실사를 한 뒤 대금을 지급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계약금을 페트로사흐에 먼저 지급한 뒤 실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은행의 대출 경위도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우리은행은 당초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유전개발사업권 인수에 관한 대출을 요청받고 조건부 여신 승인을 했다. 사업성 검토 자료의 신뢰성이 없으니 먼저 실사부터 한 뒤 대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철도청장 명의의 확약서만 받고 대출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여신 승인 조건을 변경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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