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미래 직종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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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은 틀리기 십상이다. 1960년대 인구통계학자들은 21세기 중반이 되면 세계 인구가 25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천재지변에 버금가는 ‘인구폭탄’이 지구를 덮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이었다. 그러나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학자들은 예상치를 낮춰 잡기 시작했다. 150억 명, 120억 명으로 자꾸 줄어들더니 지금은 90억 명까지 내려갔다. 여성들이 첫아이를 낳는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걸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만큼이나 힘든 게 어떤 직업이 앞으로 각광받을지 전망하는 일이다. 중앙고용정보원은 5년 후 국내에서 사회복지 법률서비스 정보화 관련 직업이 뜰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1세기 유망 직종으로 금융 컨설팅 디자인 분야를 꼽는다. 흥미로운 것은 요즘 대학의 인기 학과들이 이런 유망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대 약대 교육대 등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선호하는 것은 안정성을 제일로 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것도 10년, 20년 뒤에 탁월한 선택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직업의 미래가 불안해도 큰 흐름은 있다. ‘신(新)유목사회’의 등장으로 직장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영어는 기본이다. 인간의 수명 연장에 따라 직업 전선과 인생 설계에 큰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인생의 ‘이모작’이 조심스레 거론된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 20년 정도 일하면 지식 밑천이 바닥나므로 다시 대학에 입학해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재취업을 하는 일이 흔해진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중대한 일을 앞두면 델포이신전(神殿)을 찾아가 신탁을 구했다. 신전의 사제가 예언하는 것을 듣고 그 말에 따른 것이다. 미래 예측이 힘들었던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신전의 벽에 쓰인 글귀가 바로 ‘너 자신을 알라’였다. 불확실한 직업 선택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미래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인간의 도전으로 늘 변하는 게 아니던가.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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